부산국악원, 부산에서 처음으로 펼쳐지는 굿극“씻금” |

기사입력 2010-11-30 15:21   최종편집 경남우리신문

작성자 안 민 기자

국립부산국악원(원장 박영도)은 오는 12월 7일(화)~8일(수) 오후7시30분 국립부산국악원 대극장(연악당)에서 굿극 “씻금“으로 부산시민과의 첫 만남을 갖는다.
 
국립남도국악원 브랜드작품으로 진도민 특유의 정서를 담은 ”씻금“은 씻김굿을 중심으로 한 진도의 문화적 특별함을 이야기와 진한 남도소리들로 녹여 낸다굿극이란 판소리가 1인 서사구조를 해체하고 창조적 현실을 극으로 담아 내려하면서 창극이 성립 되듯, 굿이 무속인들의 구복신앙에서 벗어나 지금 이곳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면서 굿극이 성립되는 것과 같다. 굿은 우리 연극의 원형이었고 그 원형의 원리를 현대극에 적용시키면 굿은 극이 된다. 그래서 굿극은 순 토종 우리 극이기에 굿의 원리를 극의 원리로 적용시켜서 굿극을 만들었다.

▲ 진도씻김굿이 극이 되다.     © 경남우리신문편집국

“씻금”은 표준어인 ‘씻김’을 진도 사투리로 말한 ‘씻금’을 그대로 사용한 제목이다. 부산에서 초연하는 굿극 “씻금”은 주인공 순례의 죽음을 시작으로 산자와 죽은자의 대화가 시작되어 씻김굿이 진행된다. 씻김굿의 절차는 신을 초청하는 초가망석, 손굿쳐올리기, 제석굿, 넋올리기, 희설, 씻김, 고풀이, 길닦음, 액막음 순으로 구성된다. 이번 굿극 “씻금”은 한편으로 씻김굿이 진행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굿을 통해 불려 나온 망자들이 자신들의 삶을 주저리주저리 풀어내는 풀이의 장으로 구성된다.
 
풀려 나오는 망자들의 말과 소리와 몸짓이 극이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육자배기에서 다양한 민요와 상여소리에 이르기까지 진도 민중들의 정겨운 일상어와 노래가 극으로 풀어진다. 이는 기존 공연예술의 한계를 깨고 새로운 우리 공연을 찾고자 하는 간절함이 실제 씻김굿이 연극과 함께 동시에 진행되는 작품으로 탄생한 것이다.
 
특히, 씻김 고증 및 지도에는 이 시대 마지막 진도 씻김굿 당골 채정례와 악사 함인천씨 부부의 역할이 컸다. 연로함에도 불구하고 씻김굿의 음악 부분을 직접 지도했고, 씻김굿 전체 무가와 장단, 굿에서 사용되는 종이무구(巫具)인 지전(紙錢)과 고깔, 넋 등에 대한 제작과정을 모두 지도해 이번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일조했다.
 
굿극 “씻금”의 대본.연출은 시인이자 극작, 연출가로 한국을 대표하는 연극, 뮤지컬 오페라, 창극, 무용, 축제극에 이르는 다양한 공연예술의 전방위 예술가로 우리나라 연극의 중심에 서 있는 이윤택 씨가 맡았다. 그는 1986년 동해안 별신굿을 주제로 한 <오구-죽음의 형식>를 시작으로, 1999년 경기도 도당굿 <일식>, 2004년 제주도 칠머리 당굿 <초혼>에 이르기까지 굿을 연극무대로 옮겨온 대가이다. 2010년 굿극 “씻금” 작업을  하면서 전국의 굿을 섭렵, 굿극이란 장르를 제법 의젓한 모습으로 나타내 장르적 명칭에 대한 성찰의 순간을 기다린다고 한다.
 
출연에는 김관희 국립남도국악원 예술감독을 비롯한 최고의 기량을 겸비한 예술단원 30여명이 함께한다. 국립남도국악원 윤이근 원장은 “국립남도국악원만의 고유 작품으로 개발한 2010년 브랜드 작품으로 이번 공연 이후 서울 등 여러 곳에서 지속적으로 공연하게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진짜 진도사람들의 속 깊은 얘기와 진한 남도소리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기회, 놓치면 후회할지도 모른다. 공연관람은 A석 8,000원, B석 6,000원으로 국립부산국악원 홈페이지 예매 및 전화(811-0040)예매 가능하다.
 

▲ 진도씻김굿이 극이 되다.     © 경남우리신문편집국

□ 제작진
총제작, 지휘 / 윤이근 (국립남도국악원 원장)
제작, 기획 / 김경희(국립남도국악원 장악과장)
예술감독, 음악감독 / 김관희
대본, 연출 / 이윤택,  조연출 / 송현석
작곡 / 고명욱,   안무 / 복미경
□ 출연진
국립남도국악원 예술단원 30여명
□ 공연내용
▶ 초가망석 : 초가망석은 굿의 큰 흐름 속에서 망자(亡者)를 비롯한 그날 굿을 위한 신(神)들을 청하는 거리로 볼 수 있는데, ‘그날의 굿판을 어우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손굿 쳐올리기 : 손굿 쳐올리기에서는 한 손에 손대와 지전을 들며 다른 한 손에는 넋당석을 들고 무가를 부른다. 무가의 사설은 손님과 제왕의 본을 푸는 내용으로, 손님은 천연두신을 의미하기도 하나, 진도 단골들은 선영 상을 받지 않는 먼 조상신이나 친구 등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 제석굿 : 제석굿은 가정과 자손에 대한 구복적(求福的) 성격이 강조되는 거리이다. 여러 거리 중에서 제석굿은 가장 긴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만큼 씻김굿 연행에 있어 비중 있는 거리이다.
▶ 넋올리기 : 넋올리기는 본격적인 천도의례의 시작이다. 돗자리 위에 사람이 입은 모양으로 망자의 옷을 펼쳐 두고 그 위에다 넋을 올려놓는다.
▶ 희설 : 희설은 망자가 극락에 갈 때까지의 각종 어려운 관문을 무사히 넘기고 가도록 축원하는 거리이다.
▶ 씻김 : 씻김은 전체 씻김굿의 절차 중 가장 절정에 이르는 중요한 거리로 넋을 정화(淨化)하는 절차이다. 영돈을 준비하는 과정이 끝나갈 무렵 시나위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 고풀이 : 고풀이는 희고 긴 천에 묶인 열 개의 고를 푸는 상징적인 행위를 통해 망자의 생전에 맺힌 한(恨)을 푸는 거리이다.
▶ 길닦음 : 길닦음은 망자의 넋이 극락으로 가는 길을 닦아주는 절차로, 희고 긴 천으로 된 질베(길베) 위에 지전을 얹어 두고, 넋당석으로 그 위를 왔다갔다 닦으며 무가를 부르는 거리이다.
▶ 액막음 : 액막음은 유족들에게 안녕과 복을 축원해 주는 거리인데, 여기서는 굿 공연을 관람하는 여러 참관자들에게 인생을 살며 부모, 부부, 자손, 재물 등에 붙는 살귀 등에 대하여 액을 막아주는 사설을 풀어 노래한다.
 
진도의 씻김굿과 굿극 ‘씻금’
 
씻김굿은 서남해안지역에서 보편적으로 행해지는 넋굿이다. 살아생전의 좋지 못했던 기억과 마음 깊은 곳의 앙금들을 깨끗이 씻어냄으로써, 망자가 수월하게 이승에서 저승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돕는 굿이다. 북망산을 갈 때 영혼을 정화시키는 과정은 우리나라 저승굿에 보편적으로 있는 것으로, 지역마다 그 이름과 절차의 차이만 있다. 망자가 이승에서 가진 그 어떠한 감정이라도 훌훌 털어버려야만 순탄한 저승길이 보장되며, 후손에게도 해코지를 하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도와주는 조상신이 된다는 믿음이 바로 우리 민족의 공통적인 심상인 것이다. 죽음을 경험하지 못한 현세인들이 죽음을 마냥 두려워하기 보다는, 그것을 영혼의 정화를 통해 신과 소통하는 과정으로서 적극적으로 극복해내는 소중한 희망의 표출이 바로 굿이다. 추상적인 의식이 이루어지는 다른 지역 굿과는 달리 남도의 씻김굿에서는 이 ‘영혼씻음’의 의식에서 실제로 향물, 쑥물, 맑은 물이라는 세 가지의 물로 망자의 혼과 넋을 씻어 내는 점이 색다르다.
 
남도 전역에 씻김굿은 있어왔지만 원형이 거의 훼손되고 변형된 다른 지역과는 달리 진도는 비금도 등과 함께 그 전통을 올곧게 이어오는 몇 안 되는 소중한 곳이다. 그것은 진도에서의 굿은 ‘굿’이 가지는 일반적이고 단순한 의미를 벗어나서 진도에서 일어나는 모든 형태의 문화예술공연을 가리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도주민들은 구경하기를 좋아하고 구경할만한 모든 것들은 모두 ‘굿’이 된다. 이러한 생각에서 예술적인 고도의 정교함과 세련미가 탄생될 수 있었으리라. 따라서 진도의 또 다른 이름은 줄곧 예향(藝鄕)이며, 진도가 우리 음악의 본향이라는데 동의한다. 이 예향이라는 멋진 타이틀은 단순히 밖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뼈 속 깊이 은연중에 각인된 은근하고 끈끈한 문화적 저력이 발휘되면서 지금까지 진정한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진도의 여러 음악문화 가운데 굿은 삶을 살아가면서 소중하면서도 눈물겹도록 아픈 시기마다 반드시 함께 하는 중요한 의식이었다. 아기 갖기를 희망하거나, 귀하게 얻은 아기가 아프면 공을 들이기 위해 ‘지왕맞이(제왕맞이)’를 하였으며, 자녀가 혼인을 하게 되면 ‘살멕이손(그눈손, 근은손)’과 ‘덕물림’을 하였다. 또 병이 깊어 죽음의 징조가 느껴지면 ‘대신멕이’를 하여 액을 물리치려 했고, 객사한 사람이 있을 경우 그 영혼을 불러들이는 ‘혼맞이굿’을, 물에 빠져 죽은 이를 위해서는 그 영혼을 부르는 ‘용신굿(용굿, 혼건짐굿)’을 하였다.
 
그리고 삶의 마지막 순간인 죽음에 이르면 ‘씻김굿’을 한다. 이처럼 굿은 인생의 모든 과정에서 항상 그들과 함께 했고, 정서적 버팀목이었으며 신앙이었다. 아니 삶 그 자체라고 하는 것이 옳은 표현이겠다. 그들의 삶을 형상화한 굿은 여러 갈래의 전통예술이 발전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쳐왔다. 특히 남도지역의 굿에서 사용되어온 음악은 남도음악, 나아가 우리 민속음악의 너무나도 중요한 자양분이 되어왔다.
 
굿극-씻금은 채정례 무녀의 씻김굿을 바탕으로 한다. 채정례 무녀는 진도 사람들의 애환을 보듬어 주어온 어머니와도 같은 단골이다. 남도 굿에서 신(神)과 사람 사이의 가교(架橋) 역할을 수행한 이들이 바로 단골이었다. 단골은 남도지역의 세습무(世襲巫)를 지칭하는 말로, 무의식(無儀式)을 주관하는 사제자(司祭者)로써 주민들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해 왔다. 이들은 기예(技藝)를 세습하였고, 무계끼리의 혼인 전통을 통해 그 맥을 이어오면서, 여성은 굿의 전 과정을 관장하며 무가(巫歌)를 담당하고 남성은 악기 연주로 무가를 반주하는 역할을 해왔다. 진도 문화예술의 독특한 성격을 만들어온 무계집안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천대와 멸시의 대상이었다. 그러다가 1980년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제72호로 ‘진도씻김굿’이 지정되었으나 이제는 더 이상 실제적인 삶의 현장에서 굿이 사라져가면서 ‘무대공연예술’로 변화되었고,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또 다른 씻김굿의 전통을 만들어 가고 있다.
 
씻김굿을 주제로 굿극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국악원은 진도의 큰 단골이자 모두의 어머니와 같이 푸근한 채정례를 주목했다. 현재 진도에서 부부가 짝을 이루어 세습무계의 전통을 이으면서 원형을 고수하는 원로로 채정례 단골과 남편인 함인천이 유일하다. 그들은 큰 판이나 유명함을 원하지 않았다. 다만 진정으로 진도민들을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망자를 씻어주고, 산자들을 위로해 주며 그들의 아픔을 달래주어 왔을 뿐이다. 큰무당이 가지는 위대한 포용력과 함께 여러 단골들 사이에서도 그녀의 오랜 연륜과 탁월한 기예로 존경받아 왔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바로 굿극-씻금의 바탕을 채정례의 씻김굿으로 정한 이유이다.
 
채정례 단골은 1925년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서 대대로 내려온 세습무 집안의 넷째 딸로 태어났다. 그녀의 집안은 대대로 굿을 연행하는 무계집안이었는데, 그 시작점은 누구도 알 수 없다고 한다. 채정례 단골은 열 살 되던 해에 진도로 이주하였는데, 당시 단골로 이름을 날렸던 친정어머니로 인해 어린시절 비교적 풍족한 생활을 했다고 한다. 열여덟 살에 역시 진도의 무계 집안 중 하나였던 함씨가(家)의 후손, 함인천과 결혼하게 된다. 세습무계의 전통대로 결혼 전에는 전혀 굿에 참여한 적이 없었지만, 매우 가난했던 시집살이는 그녀가 굿에 입문하게 되는 요인이 되었다고 한다. 이후로 그녀는 일생을 진도에서 살면서 진도사람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왔다. 채정례 단골은 자신의 굿에 대해 ‘멋이 없다’고 스스로를 낮춘다. 이는 굿을 굿이 아닌 작품으로 아름답게 꾸미려는 장식성을 경계하고 굿이 가지는 진정성을 잃지 않으려는 그녀의 노력에 다름 아닐 것이다.
 
씻김굿은 죽은 이를 위한 천도의례이지만, 채정례 단골의 씻김굿 현장은 죽은 이를 위한 자리인 동시에 산 자들의 슬픔을 걷어내는 자리이다. 진도의 굿 예인이자 우리 시대 민속 문화의 원로인 채정례 단골의 굿 현장에서는 진한 육자배기 가락과 지전춤사위의 감흥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남도 문화의 은근하고 끈질긴 저력과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그녀의 굿이 여전히 민중들의 삶 속에서 살아 숨쉬기 때문이다.
 
채정례 단골의 씻김굿은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진도씻김굿과는 절차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보존회의 씻김굿에서는 씻김 전에 고풀이를, 씻김 후에 넋올리기를 하지만 채정례 단골의 씻김굿에서는 씻김 후에 고풀이를, 씻김 전에 넋올리기를 한다.
 
굿극 <씻금> 극본 연출자의 말
삶의 양식을 위하여  
이윤택
                                                                        
굿을 무대화 한다고 했을 때, 먼저 떠오른 것이 도대체 누구를 위하여 무엇 때문에 굿을 하는가? 란 문제였습니다.
 
우리의 굿이 연희가 되고 동시대의 예술적 질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굿의식(굿의 목적과 대상)이 없는 굿 양식은 그저 보존적 가치만 있는 볼거리일 뿐입니다.
 
예술은 눈에 보이는 전경으로서의 스타일(양식)만으로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그 스타일이 누구를 위하여 무엇 때문에 왜 존재해야 하는가를 밝히는 것이 굿의식이고, 굿이 인간의 삶을 위한 양식이 되는 것입니다.
 
이번 작업에서 굿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바로 진도 민중들의 삶이었습니다. 그들이 어떻게 척박한 현실을 버텨 내었고, 그들의 삶이 남도의 울음이 되고 울음이 소리가 되고 소리가 노래가 된 근원을 굿을 통해 밝혀내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굿극 <씻금>은 한편으로 씻김굿이 진행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굿을 통해 불려 나온 망자들이 자신들의 삶을 주저리주저리 풀어내는 풀이의 장으로 구성하였습니다. 그 풀려 나오는 망자들의 말과 소리와 몸짓이 극이 되는 것입니다. 이 작업을 통해 육자배기에서 다양한 민요와 상여소리에 이르기까지 진도 민중들의 정겨운 일상어와 노래가 극으로 스며들어간 것입니다.
 
그래서 굿극 <씻금>은 진도 민중의 삶이 남도의 전통에 힘 입어 동시대의 극으로 부활하는과정이었습니다. 이번 작업을 통하여 저는 제법 긴 시간에 걸쳐 탐색해 온 굿의 연극화 과정에 일단락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1986년 동해안 별신굿 중 거리굿 장면에서 무릎을 쳤고, <오구-죽음의 형식>이 창작되었습니다.
 
1999년 경기도 도당굿을 총체극 <일식>으로 무대화 하면서 굿 사설이 연극대사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고, 2004년 제주도 칠머리 당굿을 통을 통해 굿이 왜곡된 역사적 모순을 풀어내는 극이 될 수 있음을 <초혼>이란 연극을 통해 밝혀내었습니다. 여기서 서우젯소리를 만났습니다.
 
이제 2010년 <씻금> 작업을 하면서 굿극이란 장르를 제법 의젓한 모습으로 내겁니다. 연극학자 서연호 교수께서 이미 제시하신 장르적 명칭이지만, 굿이 왜 극으로 수용되는가 하는 궁극적 물음에 대답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극의 절정은 참을 수 없는 감동과 '그래, 그렇게 살았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할 수 있는 성찰의 순간입니다. 이번 굿극 <씻금>을 통해 그런 감동과 성찰의 순간을 기대해 봅니다. 
     
 
멀리 김해에서 진도까지 자동차로 5시간 가까이 걸리는 시간을 오가면서도 지루하거나 짜증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진도 민중의 삶과 소리는 매혹적이었습니다. 가열찬 세상을 버텨내는 그들의 옹골차고 호소력 짙은 소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돌아갈 때는 진도의 소리를 흥얼거리면서 밤길을 밝혔습니다. 그 소리가 내 영혼에 스며들어 한국연극의 선율이 되고 살아 꿈틀거리는 이미지가 되어 주었습니다. 자, 이제 막을 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