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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刊시사우리]국가의 백년대계이자 안보 자산인 첨단 반도체 산업이 끝내 정치의 야욕과 결탁해 표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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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 대대적으로 발표한 소위 ‘3대 메가프로젝트’의 핵심은, 국가 산단 지정 이후 사업 기반 시설이 전무하고 용수와 전기가 없어 생태계 자체가 전무한 전남·광주에 무려 800조 원 규모의 삼성·SK 반도체 팹(공장) 4기를 몰아주겠다는 것이다.
산업의 기초 체력과 인프라를 철저히 무시한 채, 오직 ‘표(票) 계산’과 정치적 견제 수단으로 대기업의 팔을 비튼 역대급 관치 경제의 서막이다. 경상도 민심이 “우리가 정말 헛바지인가”라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터뜨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반도체 공장은 미세 공정의 극치로, 단 1초만 전기가 끊겨도 라인에 깔린 웨이퍼가 전량 불량 처리되어 수천억 원의 천문학적인 피해가 고스란히 발생한다. 이 24시간 무정전 가동이 필수인 ‘전기 먹는 하마’에, 이재명은 오직 RE100과 재생에너지라는 허울 좋은 구호만 들이밀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실상을 뜯어보면 참담하다.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널뛰는 ‘간헐성’의 치명적 한계를 지닌다. 이를 보완하겠다며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상시 가동하는 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반도체 공장 옆에 안겨주는 꼴이다.
우리는 이미 리튬 배터리 폭발로 화재가 발생해 우정청 시스템을 비롯한 국가 정보망 647개를 마비시키고 막대한 피해를 냈던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참사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러한 ESS 화재의 시한폭탄을 안고 불이 나면 국가적 대재앙이 재현될 것이 뻔한데, 도대체 왜 이런 위험을 자초하는가.
게다가 이 ESS를 하나 건설하는 데만 엄청난 돈이 든다. 과거 원자력 발전 단가가 1kW당 52원일 때 재생에너지는 272원에 달했고, ESS까지 설치하면 비용이 무려 8배 정도 증가한다. 현재 태양광 계약 단가가 kW당 150원, 해상풍력이 330원인 반면 원자력은 70원에 불과하다.
재생에너지로는 도저히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팹 한 개당 연간 수조 원의 전력이 소모되는데, 이를 재생에너지로만 공급하면 원전 대비 최소 2배에서 10배의 비용이 더 든다. 심지어 호남의 버팀목이던 영광 한빛원전 1호기는 가동이 중단됐고, 2호기는 오는 9월 중단되며, 3~6호기 역시 2034년이면 수명이 끝난다. 호남 지역의 대형 송전망 13곳 중 12곳이 2030년이면 용량에 도달하는 마당에 대체 무슨 전기로 공장을 돌리겠다는 말인가.
물 문제는 더 심각한 자살골이다. 반도체에 쓰이는 물은 10억 분의 1의 불순물도 허용하지 않는 ‘청정 초순수(超純水)’여야 한다. 팹 4기를 돌리려면 하루 최소 80만에서 120만 톤의 용수가 필요하다. 그러나 영산강과 섬진강의 연간 수자원 총량은 고작 114억 입방미터에 불과하며, 하천유역관리계획에서도 이미 장래 용수 부족이 심각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부족한 물을 정제할 초순수 정제 시설 건설비에만 1조 3,000억 원이 소요되고, 섬진강과 영산강에서 물을 끌어오는 도수관로 공사에 또 수조 원의 국비가 쇄도해야 한다.
이러한 절대적 한계 앞에서도 이재명은 SNS를 통해 "물은 충분하다"고 강변하고, 주무 장관은 "100만 톤 확보가 가능하다"며 장단을 맞추며, 청와대 정책실장은 "초순수와 전력을 다 갖출 수 있다"고 문둥이 반상회 하듯 입으로만 나불거리고 있다.
선무당이 사람 잡고 반풍수가 집구석 망친다는데, 국가의 명운이 걸린 판에 기술적 데이터와 현장의 경고를 무시한 채 우기면 된다고 믿는 이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을 망치는 '반풍수'들이 아닌가 싶다. 짜디찬 찬물이라도 마시고 제발 정신들을 차려야 한다.
진정한 국가균형발전이란 그 지역의 기후와 지형, 축적된 생태계에 맞는 사업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다. 무조건 땅을 비워두었다고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어 사막 위에 신기루를 짓는 것이 균형발전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신기루가 아닌 ‘준비된 정답’은 이미 경북 구미에 있다.
구미공단은 이미 윤석열 정부 때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되어 완벽하게 검증을 끝낸 곳이다. 경북의 전력 자립도와 전력량은 전국 최고 수준이며, 낙동강 수계를 기반으로 한 1일 68만 톤의 산업용수 공급 능력도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무엇보다 SK실트론, LG이노텍을 비롯한 309개의 반도체 연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전문 인력, 물류, 협력사 생태계가 촘촘히 구비되어 있다.
여기에 최근 구미시장은 대기업 유치를 위해 평당 단돈 1,000원에 부지를 공급하겠다고 파격적인 공언까지 했다. 국가 인프라 예산을 수조 원씩 아끼면서 즉시 가동할 수 있는 100점짜리 정답지를 놔두고, 왜 굳이 전남·광주라는 오답을 고집하는가.
결국 이번 발표는 산업적 타당성이 아닌, 호남의 인심을 얻고 여권 내부의 정청래 등을 견제하려는 정치적 셈법이자, 경상도를 완전히 엿 먹이려는 고도의 정치 놀음에 불과하다.
유한한 권력을 쥔 이재명이 제아무리 천년만년 그 자리에 있을 것처럼 힘으로 밀어붙인들, 비즈니스의 냉혹한 현실을 거스른 사업은 좌절되기 마련이다. 그 대가는 기업의 도산과 국가 경제의 파탄이라는 엄청난 혼란으로 돌아올 뿐이다.
순간의 선택이 십 년을 좌우하고, 국가 백년대계를 결정한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정치 놀음은 이쯤에서 그만두고 전남 광주 반도체 사업은 백지화시키는 전면 수정에 나서야 마땅하다.
영산강 물길 뚫고 ESS 까느라 허투루 날릴 수조 원의 예산이 있다면, 차라리 대구·경북의 백년대계이자 하늘길을 열어줄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하나 제대로 건설하는 데 집중 투자하는 것이 국익에 백번 옳은 선택이다. 구미가 답이다. 정치 놀음을 즉각 중단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