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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刊시사우리]친구란 정말로 마음이 설레는 말이다.친구라 함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마음이 서로 통하여 목숨까지도 나눌 수 있는 가족과 다름없는 사이를 친구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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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친구라고 하고 있지만, 이는 알고 지내는 사이에 불과하지 목숨을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따라서 진정한 친구를 한 명이라도 가지면 이는 성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목숨을 나눠 가질 수 있는 친구를 가지기는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이 시대의 지성 함석헌옹은 '이 세상 하직할 때 처자식 다 맡겨두고 웃으면서 떠날 수 있는 사람을 가졌느냐?'고 피를 토하면서 진정한 친구 가지기를 절규했다.
참으로 어려운 숙제다.
과연 이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리는 이런 사람을 두고 성공한 사람이고 잘 살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신은 성공한 사람인가?
잘 살은 사람인가?
저세상 떠나면서 가족을 맡겨 놓고 떠날 친구가 있는가?
없다면 헛살은 인생이다.
부와 명예를 가지고 맺은 사람들은 주위에 사람이 들끓는다.
이들은 진정한 친구일까?
정승이 죽으면 문상객이 파리를 날리지만, 정승 말(馬)이 죽으면 문전성시가 된다는 말 빈말이 아니다.
인간은 이해관계에 따라 헤쳐모여를 반복한다.
이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배신당했다고 땅을 치지만 이는 버스 지나가고 손 흔드는 격과 다름없다.
입에 든 것도 서로 내어 먹던 친구도 이해 앞에서는 적이 되는 세상이다.
옛날이나 지금도 이것은 영원한 화두(話頭)다.
선고(先考)께서 어릴 때 나에게 친구의 우정이 무엇인지를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자신이 아는 부유하게 사는 분의 걱정은 자나 깨나 맨날 술을 먹고 사고나 치면서 가산을 탕진하는 망나니 자식 걱정을 했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저 망나니를 인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하루는 자식을 불러 '네가 허구한 날 술친구와 술을 마시는데 진짜 친구가 있느냐?’라고 물었다.
망나니는 '저세상까지도 같이 갈 수 있는 친구들이 많다'라고 했다.
이에 그 아버지는 그럼 좋다. 내하고 내기하자.
네 말이 맞으면 이 살림 오늘부로 다 네 앞으로 해주마.
그렇지 않으면 술을 끊고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다짐을 받았다.
그 아버지는 관을 하나 준비하라고 해서 그 속에 술과 고기를 넣어 그 아들에게 짊어지고 친구들 집에 가서 오늘 우리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장례를 지내야 하는데 혼자 모시기 힘들어 친구 집에서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을 해보라고 했다.
이렇게 했을 때 한 명이라도 애통해하면서 친구야 갑작스럽게 이런 천붕지통(天崩之痛)를 당해 어떻게 하느냐면서 어서 아버지를 이리로 모셔 함께 장례를 치르자고 하는 친구가 있으면 살림을 다 주고 아니면 당장 술을 끊고 개과천선(改過遷善)하겠다고 하는 약조를 서로 했다고 한다.
자신만만한 아들은 평소 입에 넣은 것도 내어서 먹고 죽을 때도 한날 한시에 죽자고 약속했던 술친구들 집으로 가서 오늘 갑자기 아버지가 별세하여 친구 집에서 장례를 치렀으면 한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술친구들은 재수 없게 어떻게 송장을 우리 집에서 치우려고 해,무슨 소리냐고 하면서 문전박대했다.
자네는 어제 저녁에 같이 먹었던 술이 아직도 들깬 모양이라고 하면서 돌아가라고 하면서 소금을 확 뿌리면서 허세라고 욕하면서 돌려보냈다.
망나니 아들은 다른 술친구들을 찾아갔지만, 똑같이 냉대를 당했다.
허탈해하는 아들에게 애 야! 이번에는 '너도 알다시피 내가 가장 친하게 지내는 친구 집에 찾아가서 내가 급사해서 할 수 없이 어른신네 집에서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없겠느냐고 부탁을 해보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친구분은 맨발로 뛰어나와서 이게 어찌 된 일인고? 하면서 대성통곡하면서 어서 대청마루에 모시라고 하고 병풍을 치고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는고?
아이구 불쌍한 내 친구야! 하면서 애통해하면서 장례 준비를 했다.
한참 뒤에 뒤따라온 망나니의 아버지는 웃으면서 친구를 놀라게 해서 미안하네, 사실은 일이 이만저만해서 이런 무례를 저지르게 되었다고 사과하면서 관속에 가져온 고기와 술을 꺼내 회포를 풀었다고 한다.
망나니 자식을 인간 만들기 위해 이런 방편을 섰다.
망나니 자식은 자신의 아버지와 친구분의 우정을 보고 크게 깨달아 개과천선 하였다는 이야기를 선고께서 말씀하시면서 이것이 진정한 친구이고 우정이므로 친구를 잘 사귈 것을 당부하신 일이 있었다.
또 다른 하나도 실화이다.
폭군 광해군 때 진정으로 우정을 나눈 사람이 있는데 지금도 이 두 사람은 영원한 우상(偶像)이 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나성룡(羅星龍)이란 사람과 이대로(李大路)라는 사람이다.
나성룡이라는 사람은 중죄를 지어 교수형을 당하게 되었다.
원래 효자였던 나성룡은 부모님께 마지막 하직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애걸했다.
광해군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도망하거나 죄수들에게 이런 은전을 베풀게 되면 기강문제를 삼았다.
이를 보다 못한 이대로란 친구가 자신이 보증을 서겠다고 자청하면서 만약 친구가 돌아오지 않으면 대신 죽겠다고 했다.
광해군은 그 뜻이 갸륵하다고 하면서 대신 이대로를 옥에 가두고 나성룡을 방면해 주었다.
하지만 사형집행은 정오에 하기로 되어 있는데 나성룡이 이때까지 오지 않자 꼼짝없이 이대로는 교수대의 신세를 지게 되었다.
정오가 가까이 오자 광해군은 교수형을 하라고 명을 내렸다.
이대로의 가족과 일가친척들은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원망하면서 나성룡을 입에 담지 못할 악담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대로는 무슨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태연했다.
망나니가 회자수를 휘두르면서 시뻘건 눈으로 이대로를 노려보면서 칼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런 찰나에서도 이대로는 나성룡 친구는 말 못 할 사정이 있어 오지 않은 것이라면서 친구를 감싸면서 주위의 원망하는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망나니가 칼을 번쩍 들어 목을 치려고 하는 찰나 저 멀리서 헐레벌떡 뛰어오는 이가 있었다.
바로 나성룡이란 친구였다.
나성룡 친구는 사형을 멈춰 달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나성룡 친구는 배가 풍랑을 만나 죽을뻔했다고 말하면서 늦게 오게 된 사연을 말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다음 생에도 친구가 되자고 하직 인사를 했다.
손발이 묶인 이대로는 풀려나고 나성룡이 단두대의 앞에 앉아 사형집행을 기다리게 되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피눈물도 없는 폭군 광해군은 가식적인 눈물을 흘리는 포악한 악어와 같이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긴 탄식을 했다.
'세상천지에 어떻게 저런 붕우유신(朋友有信)이 있는가?
참으로 부럽다.
내 자리를 내어주더라도 자네들의 우정을 가지고 싶다'라고 눈시울을 붉히면서 사형집행을 중지시키고 방면했다고 한다.
이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이 두 사람의 붕우유신은 청사에 빛나고 있다.
자 그러면 당신은 목숨을 보증할 이런 친구를 단 한 명이라도 가지고 있는가? 아직까지 가지지 못했다면 이런 친구를 가지기 위해 서로 피 튀는 경쟁을 해보면 어떨까?
아니면 대신 상대의 어려움을 온몸으로 막아줄 희생정신이라도 가져봄이 어떨까?
맑은 물에는 고기가 살 수 없고 요리조리 너무 따지면 친구가 없다는 명경지수무어명찰지인무우(明鏡之水無魚明察之人無友)란 말이 새삼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