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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멋집]부림시장 할매 꼬마김밥집
기사입력 2011-06-25 09:24   최종편집 경남우리신문
작성자 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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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긴세월속에 부림시장도 변했지만 할매 꼬마김밥집은 언제나 바쁘다.마산명물 아구찜이라면 부림시장은 꼬마김밥으로 통한다.

우리나라사람에게 김밥만큼 친근한 음식도 드물다. 고급호텔 뷔페의 즐비한 음식, 다양한 생선초밥이 고운 접시에 담겨 자태를 뽐내는 중에도, 평범한 김밥이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는 걸 보면, 그 김밥이 그런대로 손님들 접시에 담기는 걸 보면, 김밥은 참 묘한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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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림시장 할매 꼬마김밥집     © 경남우리신문편집국

어릴 때 집에서 어머니가 김밥을 마는 날은 내 소풍이든 형이나 누나의 소풍날이었다. 혹 누군가 나들이를 가거나 잔치를 할 때도 김밥은 빠지지 않았다.

김밥에 들어갈 계란부침이며, 볶은 어묵이, 시금치, 당근, 단무지, 무말랭이를 듬뿍 담아둔 접시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김밥을 만드는 날 저녁은 의례 김밥을 만들기 위해 지은 약간 된밥에다 시래깃국이었다. 거기다 몇 개 집어준 김밥을 곁들여 먹으면, 벌써 마음은 콩밭- 소풍이며 나들이 판에 가 있었다. 김밥은 특별한 날의 특별한 음식이었다. 졸리는 소리만 하는 수학 선생님 몰래, 수업시간에 친구와 감춰 먹던 음식이었다.

김밥은 간편식이고 이동식이고 주식이 아닌 간식이다. 차분히 앉아 먹는 음식이 아니라, 걸어가면서 먹기도 하고 기차여행을 하며 창밖 풍경을 보면서 먹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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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림시장 할매 꼬마김밥집     © 경남우리신문편집국

충무김밥처럼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마산에도 마산이 내세울 수 있는 김밥을 파는 집이 있다. 부림시장 먹자골목 안에 있는 할매꼬마김밥집(부림동 47번지). 지금 경영하는 여사장님 어머니께서 1985년에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냥 플라스틱 대야에 김밥을 담고 팔러 다니다가 꼬마김밥을 개발했는데 그게 인기가 좋아 지금은 꼬마김밥만 팔고 있다. 꼬마김밥은 이름 그대로 길이는 파는 김 길이 그대로지만 두께가 반 정도로 작다. 그러다 보내, 밥이 적고 김밥 속이 많아 보통 김밥보다 훨씬 맛이 강하다.

큰 대야에 김밥을 만들어 돌아다니며 팔다가, 우연히 대구에서 왔다는 아줌마들이 파는 보통 김밥보다 두께가 작은 김밥을 파는 것을 보고 먹어보니 맛이 좋아, 흉내를 내어봤는데 뜻밖에 인기가 좋아 꼬마김밥을 주로 팔게 되었다고 한다. 그걸로 돈도 좀 모아, 지금 자리에 가게를 얻을 수 있었는데 이제 어머니는 은퇴하고 딸이 이어받아서 장사하고 있다.

약간 달짝지근한 맛이 강한데, 밥 양이 적어 열량이 낮아서 살찌는 것을 겁내는 아가씨나 아줌마들이 많이 찾는다. 한일합섬과 수출자유지역이 그런대로 돌아가던 80년대 중반만 해도 마산에는 인근도시나 멀리서 온 아가씨들이 많았다. 그 무렵의 공단의 월급날 저녁이 되면, 창동과 부림시장 먹자골목은 사람들 어깨가 부딪힐 정도였다는데, 꼬마김밥집도 들어가서 먹는 사람 서서 먹는 사람, 사가는 사람들로 정신없었다고 한다.
얼마 전, 일본에서 온 관광객이 꼬마김밥을 먹어보고 정말 맛있다는 말도 했다니, 마산의 꼬마김밥도 상표로 등록해서 전국적으로 유명한 김밥으로 키워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사실, 충무김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별 대단한 것도 아니다. 밥 안에 속을 넣으면 쉽게 상하기 때문에, 맨밥으로 김밥을 만들고 깍두기에 오징어(또는 주꾸미)졸인 것을 같이 내놓던 뱃사람들의 이동식, 간편식에서 유래한 것인데, 그것이 우연하게 유명세를 타면서 지금은 '충무김밥'은 상표가 되었고 마산의 꼬마김밥은 상표가 되지 못했다는 차이는 있다. 7~80년대 전국각처에서 모여든 공단 아가씨들이 맛있다며 사줘서 유명해진 꼬마김밥도 마산의 역사와 사연을 간직한 김밥이다. 얼마든지 상품화 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대학로에서 시작해 프랜차이즈에 성공한 김가네 김밥, 김밥의 국제화에 매진하고 있는 종로김밥도 그 처음은 미미한 것이었다.

'마산 꼬마김밥'. 얼마나 정겹고 지역특성을 잘 드러내는 상표인가. 김밥집 주인과 상인회가 나서고 지역 언론사와 마산시가 적극 관심을 둔다면 '마산 꼬마김밥'이 충분히 전국적 상표로 뜰 수 있다고 본다. 휴일 오전, 늦은 아침을 먹고 시내에 바람을 쐬러 나와 꼬마김밥집에 들러, 김밥 네댓 줄을 사보자. 가위로 숭숭 잘라 스티로폼으로 만든 용기에 담아줄 것이다. 느릿하게 걸어 다니면서 한 점씩 쏙쏙 빼먹는 그 맛, '삶의 여유'가 따로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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