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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강국 코리아 성공의 미래를 연다
기사입력 2010-07-05 23:16   최종편집 경남우리신문
작성자 김중현 교육과학기술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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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응원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일 수 있는 광장이라면 어디든 대한민국의 응원석이 되어버린다. 예전에 비해 한층 여유도 있다. 승패도 물론 중요하지만 응원 자체가 하나의 놀이로, 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다. 예전의 경험이 우리에게 즐거운 기억이자 자산으로 쌓인 덕분이다. 2002년 4강 진출의 자부심이 있고, 비록 16강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2006년에도 값진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여유를 느끼기까지 우리는 그야말로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2002년 폴란드를 꺾고 1승을 거두기까지 한국의 월드컵 56년 역사는 ‘4무 10패 0승’에 머물러 있었다. 월드컵 사상 첫 1승을 위해 우리는 오랜 세월 실력을 갈고닦았고, 때를 기다렸으며, 비로소 축구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비슷한 맥락에서 보자.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로켓추진 화살인 ‘신기전’을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로켓병기로 기록된 신기전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군의 군장비로, 우세한 화포를 앞세워 왜적을 물리치는 무기로 활약했다. 이처럼 우리의 화약 기술은 시기적으로나 성능 면에서 세계적인 월등함을 자랑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사장되어 버렸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지나 2010년 6월,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는 2번째 발사에서 바다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137초. 나로호가 사라지기 전까지 상공에 머물러있던 시간이다. 우리의 우주개발 역사는 지금, 137초에 머물러 있다.

1957년 10월 구 소련이 인류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한 이래 지금까지 오직 9개국만이 자국 우주기지에서 자국 추진 로켓을 이용하여 자국 위성을 쏘아 올렸다. 9개 나라밖에 성공하지 못한 이 어려운 과업 뒤에는 수세기 이상 축적된 기초과학, 원천기술의 역사가 있다. 나로호 발사 실패가 더욱 뼈아프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만약 우리가 조선시대부터 중단없이 화약과 로켓개발에 기술력을 쌓아 왔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로켓분야에서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우리는 60년의 비교적 짧은 근대 과학기술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세월에 비해 역량은 빠른 속도로 발전해 왔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초고속 압축 성장을 통해 10대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고, 그 바탕에는 섬유, 조선,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 등을 주력 수출상품으로 만들어 낸 기술력이 있었다. 이는 산업화시대에 맞는 추격형, 모방형 성장전략이 효과를 거둔 결과이다.

이제는 다르다. 지식기반경제가 심화되면서 창조형, 선도형 시스템의 도입이 요구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도 볼 수 있듯, 첨단기술 중심의 글로벌 무한경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기술, 분야간 융합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시장을 한발 앞서 조망하고 제품으로 구현해내는 발 빠른 전략이 필요하다. 오랜 기간 축적되어 온 기초과학·원천기술력이 빛을 발하는 때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연구개발도 바뀌어야 한다. 그간 돈 되는 기술을 쫓아가기 바빴다면 이제는 세계를 리드할 수 있는 선도형 연구에 돌입해야 한다. 정부는 올해부터 글로벌프런티어사업을 통해 미래 사회에 파급성이 크고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원천 기술 분야 개척할 것이다. 또한 새로운 기술트렌드에 대비하기 위한 국가융합기술지도도 만들었다. 이 지도를 통해 미래 융합기술의 흐름을 앞서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게 되었다. 아울러 범부처적인 연구개발 프로젝트도 시작한다. 그 첫 번째로 2019년까지 글로벌신약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신약의 기초물질 발굴부터 시장 출시까지 전주기적 지원체계를 마련할 것이다.

월드컵 역사에서 볼 수 있듯 지금 우리는 미래를 위한 준비에 다시금 돌입해야 한다. 계속되는 난관과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일어나 도전하면서 결국엔 목표를 이루어 오지 않았는가. 단절된 신기전의 역사를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기초과학부터 산업화에 이르는 과학기술 전 분야를 긴 호흡으로 투자하고 연구하며 실력을 키워야 한다. 그 시간은 시행착오만을 거듭하는 지난한 기다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과정을 견디고 누구의 도움도 없이 우리손으로 만든 발사체를 쏘아 올릴 때, 비로소 멈춰있던 137초의 시계바늘을 움직일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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