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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지 있는 술’ 막걸리, 카~ 세계를 사로잡다
서민의 벗 ‘국민주’ 넘어 새로운 한류문화로 각광
기사입력 2010-02-17 01:04   최종편집 경남우리신문
작성자 경남시사우리신문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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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 빠진 사기대접에 찌그러진 주전자를 기울인다. 넘치는 막걸리를 따라 정(情)도 철철 넘친다. 단숨에 들이켜면 하루의 피로가 씻겨 내려간다. 수천 년 서민의 벗이었던 막걸리가 국민주(酒)로, 새로운 한류문화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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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시사우리신문편집국
 
막걸리는 아련한 추억이다. ‘술 한주전자 받아오라’는 아버지 말에 주전자를 들고 나섰다 돌아오는 길에 무거워서 한 모금, 궁금해서 한 모금, 목이 말라 한 모금 마시다 어지러움(취기)을 느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막걸리는 이름 그대로 ‘막 걸러낸 술’이다. 그 빛깔이 맑지 못하고 탁하다고 하여 ‘탁주’라고도 하고, 농가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술이라고 하여 ‘농주’라고도 불렀다. 무엇보다 서민의 애환과 함께한 서민의 벗이었다.

배고픔 채워주던 음식서 '세계의 술'로

굶주렸던 시절, 막걸리는 서민들의 배고픔을 채워주는 음식이었다. 농부가 일하다 마시는 막걸리 한 사발은 갈증을 씻어줄 뿐 아니라 영양분을 공급해 시장기를 면하게 해 주었다. 주성분인 탄수화물이어서 열량이 풍부하고 단백질도 많은 까닭이다. 또한 시골 장터나 점방, 허름한 대폿집 어디서든 삼삼오오 둘러앉아 들이켜는 막걸리엔 사람 냄새가 넘쳐흘렀다.

하지만 1970, 80년대 산업화는 우리로 하여금 막걸리보다는 독한 소주를 찾게 했고, 경제적 윤택함은 맥주나 양주를 선호하게 만들었다. 현대인의 기호에 맞지 않아 점차 사라지는 듯하던 막걸리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최고 히트상품으로 막걸리를 꼽았다.

일급호텔, 고급 와인바에서도 막걸리를 만날 수 있다. 젊은이들이 모이는 홍대 앞 클럽에서는 막걸리 페스티벌이 열리고, 국제선 기내식 음료로도 나온다. 20대에서 노년층까지 세대와 남녀를 초월해 모두 좋아하는 국민주로 각광받고 있다. 시장규모도 2008년 3000억 원에서 2009년 4200억 원으로 40퍼센트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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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걸리는 이제 촌로의 술에서 세계인의 술이 되었다.     © 경남시사우리신문편집국
 
막걸리는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와인처럼 막걸리의 문화와 역사를 배우는 동시에 맛을 감별해 고객 입맛에 맞는 막걸리를 권해주는 소믈리에 교습까지 생겨났고, 집에서 막걸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강좌도 유행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막걸리 성분이 시대의 흐름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가 6% 정도로 다른 술에 비해 인체에 주는 부담이 적다. 또한 무기질, 비타민, 효모 등 필수 아미노산이 10여종 함유돼 있어 건강과 미용에 좋다는 게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여기에 더해 제조업체들이 제조시설을 현대화해 품질을 높이고,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맛을 다양화한 것도 여성과 젊은층을 마니아로 만드는 데 한몫했다.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의 술로 각광받고 있다. 일본과 중국에서 막걸리가 신한류로 뜨는가 하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중동 시장에도 수출된다. 수출도 늘어 2007년 290만 달러에서 2009년 628만 달러로 급증했다. 10년 전에 비하면 10배 늘어난 수치다. 각종 국제 행사에선 막걸리가 공식 만찬주로 선정되고 있다.

정부는 ‘막걸리의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브랜드로 만들어 독일의 맥주, 프랑스의 와인, 러시아의 보드카, 영국의 위스키, 일본의 사케 등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주 대열에 올리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막걸리 원산지 표시제, 품질보증제, 제조등록규정 완화 등을 시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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