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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刊시사우리]흔히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동경하며 그 길을 걷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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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은 수 천 킬로미터에 달하지만, 장애인도 휠체어를 타고 나아갈 수 있을 만큼 이정표가 명확하고 정비가 잘되어있다.
그렇다면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이자, 아픔과 평화의 상징성을 동시에 품고 있는 대한민국의 ‘DMZ 평화의길’은어떠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참담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부러워만 할 뿐 정작 우리의 소중한 자산은 팽개쳐 두고 있었다.
무늬만 ‘평화의길’일뿐, 현장은 행정의 방치와 무관심 속에 엉망진창으로 버려져 있었다.
최근 방송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진 ‘왼발박사’이범식 박사가 또 하나의 위대한 도전에 나섰다.
2024년 광화문 - 경산 460km, 2025년 경주 APEC 성공기원 광주 - 경주 400km, 올해 2월 대구 · 경북 통합 염원 대구시청 ⟷ 경북도청 140km 도보에 이어, 지난 6월에는 중증 장애인 최초로 제주도 한라산 백록담 등정이라는 기적을썼다.
그리고 지금, 사람들은 에어컨 바람 밑에 숨기 바쁜이 염천(炎天)의 무더위 속에서 강원도 고성부터 강화도까지 155마일, 총 50km에이르는 DMZ 평화의 길 종주를 시작했다.
양팔과 오른쪽 다리가 없는 중증 장애인이 이 길의 완주에 나선 것은 사상 최초의 일이다.
필자는 본 종주의 도보 단장을 맡아 이 위대한 여정에 동행하고 있다.
그러나 출발선에서 마주한 현실은 감동이 아니라 당황과 실망 그자체 였다.
갈림길이 나와도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주는 이정표 하나 없었다.
대중가요의 한구절 처럼 ‘이리 갈까 저리 갈까 돌아 갈까’망설이며 헤매야 했다.
길은 무성하게 자란 칡 덩굴이 점령했고, 잡초가 무성해 과연 이곳이 국가가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평화의 길’이 맞는지 두눈을 의심케했다.
거리를 나타내는 표지판은 전무하고, 오직 나뭇가지에 위태롭게 매달린 리본 몇개에 의지해 길을 찾아야 하는 처지다.
특히 소똥령과 진부령쪽에서는 평화의 길 표식이 아예 없어 대원들 모두가 길을 헤매며 식은 땀을 흘려야 했다.
이쯤 되면 한국관광공사는 도보객들을 상대로 숨바꼭질 이라도 하자는 것인가.
속 된 말로 ‘개판’이라는 단어 외에는 이 상황을 표현 할 길이 없다.
현장을 지키는 필자의 가슴 속에는 천불이 난다.
이 정신나간 공사 직원들을 전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로 집합시켜 정신교육이라도 시켜야 정신을 차릴란가 싶다.
더욱 우리를 분노케 한 것은 공공기관들의 무책임한 태도다.
세계적인 상징성을 가진 이범식 박사의 이번 도전은 ‘DMZ 평화의길’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그의 한발 한발을 영상에 담아 전세계에 송출 한다면, 인류애와 평화의 메시지로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뛰어 넘는 감동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한국관광공사는 어떠 했는가.
이 박사의 이번 도보행사에 홍보 등 협조를 요청 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자신들의 컨셉과 맞지 않는다”는 싸늘한 거절이었다.
이것이 세금만 먹는 하마로 전락한 한국관광공사의 현주소 인가.
시원한 사무실에 앉아 신선 놀음이나 하며 정작 국가적 자산을 세계화 할 기회는 ‘귀찮은 일’로 치부해 외면하는 이들의 보신주의를 보며, 당장이라도 기관을 해체해야 마땅하다는 격정적인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공공기관의 뼈를 깎는 혁신이 절실한 시점이다.
한국관광공사의 이런 무책임한 태도와 달리, 종주의 출발지였던 고성군청이 보여 준 따뜻한 행정은 커다란 위안이자 귀감이 되었다.
고성 군청은 무더위에 고생하는 도보 단원 24명 전원에게 정성 어린 점심식사를 대접했다.
또한 폭염 속에서도 안전하게 출정식을 치를 수 있도록 군청의 시원한 회의실을 흔쾌히 내어 주었다.
특히 이틀 간의 역외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군수를 대신하여 관광개발 국장이 직접 나서 대원들을 뜨겁게 환영해 주었다.
국장은 환영에만 그치지 않고 대원들과 일정부분을 함께 걸으며 따뜻하게 배웅했고, 이번 대장정이 각 언론사에 널리보도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 협조까지 아끼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현장 중심의 행정이자, 공무원들이 보여 주어야 할 진정한 격조다.
고성 군청이 보여준 이 모범적인 선례는 이제 공이 넘어간 다른 지자체와 자치 단체장들에게 좋은 이정표가 될 것이다.
평화의 길을 안전하게 정비하고 가꾸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정부와 한국관광공사에 예산을 적극적으로 건의하고 행동해야 한다.
아울러 ‘왼발박사’라는 걸출한 인물이 보여주는 평화의 상징성이 제발로 자기 지역을 걸어 지나갈 때, 시장과 군수들이고성군처럼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성원해야 마땅하다.
대단한 정치적 이벤트 보다 이 위대한 인간 승리의 현장에 따뜻한 관심을 보이는 것이 진정성 있는 행정이자 최고의 지역 마케팅이다.
이제 막 시작된 이 대장정속에서, 과연 어느 지역의 단체장들이 혜안을 가지고 고성군처럼 발 벗고 나설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 볼 일이다.
우리는 이번 이범식 박사의 종주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그 길위에서 마주한 모든 실태와 행정의 민낯을 낱낱이 담아 ‘백서’를 발간하고 세상에 공표할 예정이다.
어느 곳의 길이 막혔고 정비가 필요 했는지, 그리고 어느 지자체와 기관이 이 위대한 걸음에 관심을 가졌거나 혹은 외면했는지 역사에 똑똑히 기록 할 것이다.
‘DMZ 평화의 길’은 방치되어야 할 무덤이 아니라, 전세계인이 평화를 염원하며 찾아 오는 희망의 성지가 되어야 한다.
정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에어컨 바람뒤에 숨어 ‘남의 집 불구경’하듯하는 태도를 당장 버려라.
그리고 각 지자체장들은 고성군청의 아름다운 동참을 거울삼아, 지역을 지나는 이 역사적인 발걸음에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성원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