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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시사우리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가진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주례 회동에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으로 논의됐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하지 않고 미래세대를 위해 보존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로써 7·10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일주일간 이어진 당‧정‧청이 엇박자를 내며 혼선을 거듭하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문제는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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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발단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4일 맨 처음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시사 하자 15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아니라고 했고, 17일에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당정이 이미 입장을 정리했다"며 다시 뒤집었으나 또 다시 그제 정세균 총리나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옳다"며 제동을 걸었다. 이 와중에 추 장관은 뜬금 없이 소셜미디어에 그린벨트 해제 반대 입장을 올리면서 금부(금융과 부동산) 분리 정책을 제안해 불난 집에 기름을 부으며 혼란을 더 키웠다.
도시 주변의 녹지공간을 보존하여 개발을 제한하고 자연환경을 보전하자는 취지로 1950년대 영국에서 시작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은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71년 7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일부 지역을 시작으로 이후 1977년 4월 여천(여수)권역까지 총 8차례에 걸쳐 14개 도시, 국토의 5.4%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되었다.
환경운동 연합 등 시민단체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9년부터 2019년까지 정부는 1560㎢의 그린벨트를 전국적으로 해제했고, 2009년에는 자치단체 권역별로 그린벨트 해제 가능 총량을 배정했다. 수도권은 이미 2019년 말에 배정된 총량 27.8㎢를 초과 해제하며 주택 공급을 늘렸으나 결국 집값상승은 막지 못했다.
마침 리얼미터가 17일 실시한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60.4%가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를 26.5%는 '주택 공급을 위해 필요하다'고 응답해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국민 10명 중 6명은 불필요하다고 본다는 결과에서도 나왔듯이 아무리 그린벨트를 풀어도 공급할 수 있는 분양 주택 수는 한정돼있다.
그린벨트를 해제해 시세보다 낮게 분양해도 '로또 청약열풍'이 불어 전국이 부동산 '투기장'으로 변할 우려가 높다.
'7·10 부동산 대책'으로 전세시장 상승세는 가파르게 움직이는 등 시장은 더 요동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22번의 부동산 대책을 냈지만 제대로 된 공급 대책이 없다 보니 '풍선효과'만 초래해 실패했다. 뼈아픈 실책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한 토론회에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옹호하고 대변하던 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토론회가 끝난 후 마이크가 켜진 줄도 모르고 "집값이 안 떨어질 것"이라고 밝혀 文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실패했음을 엉겁결에 진솔하게 밝히기도 했다.
진 의원의 속내는 文 정부가 발표한 22차례의 부동산대책이 무엇이든간에 국민에게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부터 주는 것이 먼저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초저금리 영향으로 은행들이 연쇄적으로 금리를 내리다 보니 정기 예·적금 수요가 크게 줄어 단기 부동자금이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난 상황에서 부동산 정책은 어느 때보다 정교해야 한다.
일련의 그린벨트 해제 논란은 정부ㆍ여당의 무능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충동적으로 그린벨트 해제라는 무책임한 아이디어를 던지고 여론을 살피는식의 땜질 대책으로 일관하다가는 또 다시 실패라는 전철을 밟는다.
정부는 최소한 내 소유가 아니더라도 안심하고 장기간 살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려 무주택자들의 불안을 가라앉힐 수 있는 장ᆞ‧단기 공급 대책을 구체적으로 내놓는 것이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