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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시사우리신문]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가 지난 27일 개학과 관련해 긴급 권고문을 발표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28일 자신이 운영하는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의사협회 긴급 권고문 전문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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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대한의사협회 긴급 권고문 전문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최근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개학문제 및 해외유입 환자 증가 등에 대해 정부와 국민께 다음과 같이 긴급하게 권고드립니다.
1. 개학은 ‘시기’의 문제가 아닌 ‘준비’의 문제입니다.
초중고 개학은 그 ‘시기’보다도 ‘준비’여부가 결정의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현재는 개학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대한의사협회는 4월 6일로 예정되어 있는 개학을 연기할 것과 개학을 위한 준비를 제안합니다.
개학은 초중고등학생의 사회적 활동일 뿐만 아니라 교사와 행정직원, 급식관련 인력 등 학교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의 사회적 활동을 함께 증가시키며 학교를 둘러싼 주변의 유동인구와 통행량을 늘어나게 합니다. 또, 개학연기와 더불어 우리사회가 집중해온 ‘사회적 거리두기’가 개학을 기점으로 집중력을 잃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즉, 개학은 학교 안팎의 집단 감염, 가족 내의 집단 감염의 위협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지역사회 감염 확산의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학생과 밀접하게 접촉하는 가정의 노인과 만성질환자에게는 매우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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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초중고 개학을 위해서는 몇 가지 의학적 선결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 각 지역별 코로나19의 확산 정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전국적 표본 조사를 실시하고 의심 환자에 대한 전국적인 적극적 확진 검사를 통해 지역별 확산의 객관적 증거에 따라 개학 여부를 결정하고 어느 지역이 먼저 개학할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둘째, 개학을 했을 때, 감염의 확산을 예방할 수 있는 충분한 방역물품과 학생들에게 맞는 행동지침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또, 개학 후에는 약 1주일의 기간 동안 학생과 학교 종사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에서의 특별한 학교생활’에 익숙해질 수 있는 집중적인 감염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정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마련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셋째, 개학을 기점으로 감염병 확산의 우려가 있는 만큼 전국적으로 코로나19 전담병원 시스템이 먼저 구축되어야 합니다. 특히, 호흡기 증상이나 발열이 있는 환자만을 집중 치료하는 전담병원을 지역별로 지정하여 코로나19의 감염 가능성이 높은 환자에 대해 응급진료에 준하여 빠르게 선별하고 원인을 감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준비되어야 합니다. 이는 코로나19 환자의 빠른 진단과 치료뿐만 아니라 코로나19가 아닌, 타 응급질환에 의한 사상자를 줄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합니다.
넷째, 전국적인 중환자 치료 현황을 파악하고 중환자의 증가에 대비하여 병상과 인공호흡기 등 필요장비를 충분히 마련해야 합니다. 유사시에 대비하여 의사와 간호인력에 대한 중환자 대응 교육 계획도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이미 대한의사협회가 코로나19 대책본부 전문위원회를 통하여 제안한 대한중환자의학회의 건의안을 정부가 적극 수용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선결 조건이 갖추어져야, 지역별로, 또 학년별로 선별적이고 선택적인 개학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이러한 개학을 위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판단됩니다. 조건이 갖추어졌을 때,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 대책본부 산하 전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9개 학회 및 대한소아감염학회 등 전문학회의 판단과 권고를 바탕으로 방역당국과 교육당국, 전문가와 시민사회가 숙의를 통해 개학의 시점을 결정할 것을 권고합니다.
2. 미국, 유럽 등으로부터의 엄격한 입국제한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최근 미주와 유럽을 통한 코로나19 해외유입 추정 사례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꾸준히 확진자가 증가하고 특히 콜센터, 요양기관, 종교예배 등을 통한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있으며 3월 초부터 우리 사회가 총력을 기울였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소 느슨해지는 시점에서 최대의 위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개학까지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월말부터 7차례에 걸쳐 코로나19가 처음 시작된 중국으로부터의 입국 제한을 지속적으로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국가간의 상호주의’와 ‘국제적 연대와 협력’과 같은 미사여구에 막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에 국내에서는 확진자가 폭증했고 130명이 넘는 환자가 사망했으며 세계적 대유행 앞에서 ‘상호주의’와 ‘연대와 협력’의 대상이었던 세계 각국은 문을 걸어 잠그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중국은 내일인 28일 0시부터 중국 비자와 거류(체류) 허가를 받은 외국인까지도 입국을 일시 금지하겠다고 발표했을 정도입니다.
이 와중에 오늘 오전 우리 방역당국은 여전히 해외 위험지역으로부터의 입국에 대해 검역 강화가 우선이며 입국금지는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모든 위험요인이 겹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너무나 안이한 인식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개학을 준비하는 단기간만이라도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내국인의 경우도 엄격하게 검역해야 합니다. 유증상자는 즉시 검사하여 진단, 치료하고 무증상자라도 엄격한 자가격리 관리를 통해 새로운 감염원 유입 위협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지난 두 달간 우리 사회는 코로나19와 맞서기 위하여 모든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한국 의료제도의 문제인 의료진의 과도한 노동과 높은 역치가 오히려 위기에서 힘을 발휘하는 역설적인 상황이지만 이제는 의료진들도 지쳐가고 있습니다. 사람의 심장은 부하(일)가 증가하면 더 빠르고 강하게 뛰어 이를 극복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심장근육의 이상이 발생하여 제 기능을 잃게 됩니다.
현재 우리의 의료기관과 의료진은 이러한 과부하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번아웃(Burn-out)으로 인해 이들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되고 우리 사회의 코로나19를 감당하기 어려워진다면 그 결과는 참혹할 것입니다.
한시적인 입국제한은 감염 확산을 줄이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검역과 방역, 진단과 치료에 투입되고 있는 의료진을 포함한 많은 인력들의 번아웃(Burn-out)을 줄이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국민 여러분께 호소드립니다. 지금은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을 되새겨야 할 때입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이 찾아오듯 어느덧 따뜻해진 날씨와 피어나는 꽃봉우리가 우리의 긴장의 끈을 늘어뜨리고 있습니다. 손 위생과 마스크 착용을 생략하는 일들이 자주 생기고 조심스럽게 모임이나 여행을 계획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직은 안심할 때가 아닙니다. 봄은 왔지만 아직 봄 같지 않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상황입니다. 잃어버린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두 달이 조금 넘는 짧은 기간 동안, 우리나라에서만 130명이 넘는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사망했습니다. 우리 모두의 소중한 가족이나 친구, 동료였을 수도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수 있습니다.
이제는 너무 많이 들어 지겨울 수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만이 아직까지 비극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생명의 계절, 봄이지만 봄을 맞이하는 나의 설렘과 흥분이 자칫 잘못하면 누군가의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의 아픔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냉정하게 직시해야 합니다.
모두 서로 믿고 격려하면서 이제는 마라톤 선수의 심정으로 지금의 안정적인 페이스를 유지해 나갑시다. 조금 답답하고 불편하더라도 무고하게 희생될지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참고 인내합시다. 누군가를 직접 만나러 가기 전에 먼저 전화하고 이메일을 쓰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통해 봅시다. 의료계도 방심하지 않고 모든 진료현장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고 코로나19에 감염된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정부 역시 지난 2월 중순, 대구경북의 환자 급증을 앞두고 섣불리 낙관론을 펼치며 외부활동을 장려했던 오판과 실패의 경험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세계의 많은 지도자와 정부가 솔직하고 진솔하게 한계를 인정하고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과거 우리 당국이 말했던 “무증상 전파 가능성은 없다”거나 “심한 몸살에 불과하다”는 식의 단정적이고 섣부른 발언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감염의 확산을 놓고 의료인의 책임을 논하거나 구상권과 손해배상을 운운하는 일도 없습니다.
정부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어야 하지만 그것은 미사여구나 호언장담이 아닌 신중함과 책임감에서 비롯한 신뢰에 기반해야 하는 것입니다. 지도자와 정부가 산처럼 무겁고 신중하다면 설령 상황이 비관적이더라도 국민은 능히 신뢰를 갖고 견뎌낼 것입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을 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020.3.27.
대한의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