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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TOP밴드의 주인공은 밴드 자신이다!
기사입력 2011-07-17 23:36   최종편집 경남우리신문
작성자 김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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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서 생각했다. "실수다!"
다른 사람들에 알리는 것이 아니었다. 관심도 없는 사람들에게 억지로 보라고 권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건 나만 봐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남들 모르게 나 혼자 보고 즐겨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미인박명이라던가? 너무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버린 탓이다. 제작진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나마 아직 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 악평을 써 버릴까? 악성 루머를 만들어 사람들로 하여금 정나미 떨어지도록 만들까? 온갖 못된 생각들이 머리를 스친다. 독점욕이다. 마치 너무나 사랑하는 연인이 있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싫은 것처럼. 너무 귀한 보물은 혼자서만 간직하고 보는 것이다.
 
가장 감탄한 부분이다. 저명한 음악인들로 이루어진 코치들이 있는데 정작 코치를 받아야 할 참가자들에게 먼저 선호하는 코치를 물어보다니. 묻는 정도가 아니었다. 선택을 마친 코치들에게 참가자가 과연 누구로부터 코치를 받기를 바라는가를 직접 알리고 있었다. 묻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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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선택하지 않았습니까?"
단순히 코치들에게 배우는 입장에 있는 아마추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위해 소비되는 소모품도 아니다. 그들은 주체이며 이미 자신의 음악을 하는 음악인들이다. 누구를 코치로 하고 싶은가는 과연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가. 누구와 음악적으로 맞을 것 같으며 어떤 부분에서 코치를 받았으면 좋겠는가. 하나의 음악적 주체로써 그 의견을 듣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참가자들의 바람에 대해 코치들에게도 답을 요구한다.
 
"제가 지금 생각하는 밴드는 조금 더 강한 밴드를 해보려고 해요, 이번에. 네 팀밖에 못 뽑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돌지 않았습니다."(정원영)
솔직한 답변들이 이어진다.
"현장에서 연주를 너무 못했어요."(체리필터)
"확신이 오지 않으면 돌고 싶지 않았어요."(노브레인)
어째서 그들이 아닌 다른 밴드인가? 어째서 자신들을 선택하지 않았는가? 과거 부활의 리더 김태원이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다. 누가 선배고 누가 후배고, 누가 가르치고 배우고 하는 것은 없다. 무대에 오르는 순간 모두가 같다. 모두가 같은 음악인이고 동료이고 경쟁자다. 당연히 그들 역시 그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들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같은 멘토시스템을 채택한 <위대한 탄생>과도 비교되는 부분이다. 오로지 멘토만이 고를 수 있었다. 멘토가 고르고, 그리고 여러 멘토가 함께 선택했을 때 멘토에게도 기회가 돌아갔다. 자신의 음악적 지향이나 자기가 하고 싶은 바람 따위 멘토가 먼저 선택한 다음에야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에 비하면 그들은 이미 자신들의 음악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가. 대등한 음악인의 입장에서.
 
"다른 관점에서 지도를 해 주시고 저희가 생각하지 못했던 걸 일깨워주실 분이 필요하거든요."(브로큰 발렌타인)
"우리가 무대경험이 적어서 무대경험을 더 배우고 싶어서 노브레인을 선호코치로 선택했거든요."(번 아웃 하우스)
단순히 선택되어 좋은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이 있다.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 그래서 심지어 자신들이 애초 선호했던 코치를 변경하기도 한다.
"무대에 올라가면서 혹시라도 남궁연 코치님이 선택하시면 어떻게 하지? 너무 감사했어요."(WMA)
"저 곳은 죽음의 조로구나. 솔직히 이야기하면 쟁쟁한 팀들이 그 조에 가 있었고, 그래서 마음이 바뀌었거든요. 저희가 굉장히 부족한 친구들이라서."(라이밴드)
 
하기는 POE가 남궁연을 선택한 것은 드러머가 가위바위보에서 이겼기 때문이었다. 블루니어마더는 단지 여자멤버가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들을 선택하지 않은 노브레인을 대신해 조유진이 속해 있는 체리필터를 선택하고 있었다. 얼핏 코치로 나온 선배음악인들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 하지만 어찌되었거나 음악은 자신들이 하는 것 아닌가. 누구로부터 무엇을 배우는가 하는 것은 이미 중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물론 코치들 역시 마찬가지다.
 
"밴드 대 밴드로서 더 친해지지고 교감할 수 있는 것은 두 분 선배님들보다는 우리가 낫지 않을까..."(체리필터)
"같이 하면 서로 재미있을 것 같아서... 재미있게 했으면 좋겠습니다."(정원영)
"연주를 잘하시고 연주라인에 감동을 받아서 파워연주에 도움이 될까 해서 돌렸습니다."(김도균)
심지어 체리필터의 경우 진수성찬과 블루오션이 선호코치로 선택했음에도 정작 자신들이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었다.
 
"저희와 무언가를 만들었을 때 과연 지금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어떻게 도움을 드려야 하지? 고민 때문에 패닉상태였다."
"따뜻하고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음악성을 물들이기 힘들 것 같았다."
하기는 게이트플라워즈의 연주 때 남궁연은 코치로써 선택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관객으로써 그들의 음악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의자를 돌리기도 했었다. 그저 배워야 하는 오디션의 참가자일 뿐이지만 그런 타이틀따위 어느새 잊은 듯한 순수한 감탄과 감동과 존중과 존경. 말했듯 단지 오디션을 보고 있고 코치로 앉아 있을 뿐이지 그들은 이미 음악인들이니까. 자신의 음악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음악을 하게 될 것이다. 그 한 순간에 코치들과 만나고 있을 뿐이다.
 
남궁연도 그래서 서두에서 말하고 있었다. 최초로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라고. 이미 <위대한 탄생>에서 멘티가 멘토를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가 주어졌는데 무슨 소리인가? 그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미 객체가 아닌 주체다. 프로그램의 주인들이다. 그것을 제작진도 코치들도 잊지 않고 있다. 그들은 이미 음악을 하는 음악인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출연한 밴드들에 감동하고 그들의 음악에 감탄하며 어느새 그들의 음악을 찾아 듣고, 음반을 구매하고, 공연을 찾게 되는 것일 테지만 말이다. 제작진이 그들은 존경하고 존중해줄 때 시청자 역시 그들을 존경하고 존중할 수 있다. 소모된느 출연자가 단 한 사람도 없다. 우스꽝스럽게 희화될 수 있는 참가자들에 대해서까지도 세심함과 따뜻한 관심을. 음악이라는 이름으로 모두가 하나다. 모두가 주인공이고 주체다. 존경하고 싶은 제작진이다.
 
결국 그렇게 참가자들이 먼저 선호코치를 고르고, 코치들이 의자를 돌려 선택하니, 아마 S1등의 소수의 밴드를 제외하고 선호코치와 의자를 돌려 앉은 코치가 거의 일치하고 있었다. 일치하지 않은 경우에도 서로 소통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 그만큼 서로의 음악적 코드와 지향이 서로를 향하고 있었다는 것이니 개인과 개인의 만남이라기보다는 각자의 음악과 음악이 만나는 과정이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참가자 자신이 자신의 음악을 알고 코치의 음악을 알며, 코치 역시 참가자의 음악을 이해하고 자신의 음악을 이해한다.
 
"물론 헤비한 록사운드지만 내가 그들의 음악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있다는 걸 그들이 느끼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어요."(정원영)
하나의 음악과 음악이 만난다는 것도 감동이지만 그 음악들이 만나 무엇을 만들 것인가도 또한 기대되는 바다. 코치이고 제자이기 전에 그들은 이미 음악적 파트너일 테니까. 선배이고 분명 훌륭한 음악인들이지만 음악을 하는 그들은 동지이며 동료다. 그렇게 보았다.
아무튼 그러면서도 프로그램은 예능으로서의 - 아니 예능이라기보다는 단지 솔직했을 뿐일 것이다. 록이 지향하는 저항이란 괜히 허세부리고 폼이나 잡는 그런 저항이 아니다. 바로 자기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우러나는 솔직함. 기성의 가식과 허위로부터 자유로운 저항이다. 저항이라기보다는 자유라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저항이라기보다는 솔직함.
 
"같이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돌았는데 안 뽑더라구요. 떨어져라!"(노브레인)
"신대철 선배님 이제 나이가 있으시고 우리는 아직 많이 어려요."(노브레인)
"아시안비트 할 때 제가 심사를 했습니다. 배신자들!"(체리필터)
"브로큰발렌타인이 노브레인을 가르쳐줘야 할 입장인데. 우리 보컬에게 노하우만 전수받으면..."(체리필터)
"참 머리 잘 썼습니다. 노선변경을 잘 하더라구요. 배신자들!"(노브레인)
"형님들 도는데 안 돌 수 없으니까."(노브레인)
"그 이야기 선배님들께 해봐야 안 들어줘요!"(노브레인)
그러고 보면 역시 젊은 밴드들이다. 체리필터와 노브레인을 젊은 밴드라 하는 것이 조금 어색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젊은 밴드이다 보니 활기가 넘친다. 물론 참가팀들도 만만치는 않아 드러머가 가위바위보해서 이겨서 남궁연을 코치로 선택했다는 POE나, 여자가 있어 체리필터를 선택한다는 블루니어마더, 같은 멤버의 목소리를 재수없다 말하는 리카밴드와, 자신들을 뽑아주지 않은 심사위원들을 원망한다는 하비누아주. 남궁연과 신대철 역시 만만치는 않다.
 
"타도 신대철이라고 써붙여 놓았다."(남궁연)
"후회하지 마시고 나한테 오세요."(신대철)
신대철은 아무래도 디스라기보다는 자신감이라 해야 할 것이다. 경계하는 대상이 있느냐니까 없다고 말하는 그 당당함. 그러고 보면 예선에서도 게이트플라워즈의 보컬에 대해 대중적이지 못한 것을 전태관이 지적했을 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인정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 자신감으로 '후회하지 말고 나한테 오세요'라 하니 그 포스가 자못 당당하다. 카리스마라는 말 그대로다. 내가 아는 시나위의 신대철의 모습 그대로다.
 
하여튼 마음껏 웃었다. 음악에 감탄하고 감동하면서, 참가자와 코치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또한 놀라고 감탄하면서, 그러면서도 서로의 솔직한 한 마디 한 마디에 기꺼워 웃었다. 억지로 꾸민 웃음이 아닌 그들의 개구진 진심에 공감하면서 우러나는 웃음이다. 물론 그같은 독설들이 단지 악의에 의한 것이 아님을 안다. 신뢰와 존경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말들이리라.
 
아쉽다면 신대철과 액시즈가 서로를 바라면서도 끝내 이어지지 못한 점일 텐데. 어처구니 없는 루머 하나 때문에. 신대철이 액시즈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소문에 결국 신대철이 부담을 떨치지 못하고 액시즈를 선택하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액시즈 자신도 신대철을 최고의 코치이며 최악의 코치로 여기고 있었다 하니. 잘못된 소문의 여파는 이렇게 크다.
 
하지만 그럼에도 게이트플라워즈는 신대철을 코치로 선택했으니까. 절묘한 궁합이라 생각했다. 게이트플라워즈의 차례에 누구도 의자를 돌리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게이트플라워즈의 음악은 분명 5집에서 7집 사이의 시나위 음악과 많이 닮아 있다. 블루스에서 유래한 원초적이며 음울한 강렬한 사운드가 그 시절 그런지와 사이케델릭을 추구하던 신대철의 음악과 닮았다. 어쩌면 이대로 신대철이 세컨드기타를 꿰차고 들어가 밴드의 이름을 시나위로 바꾸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상상을 해도 좋을 정도로 그들의 음악은 어울린다. 가장 기대하는 밴드와 가장 기대하는 코치.
 
물론 정원영과 TOXIC, 체리필터와 블루니어마더, 노브레인과 브로큰발렌타인, 남궁연과 POE, 공교롭게도 김도균을 제외하고 코치마다 빅밴드가 하나씩 포진되어 있다. 과연 이들 빅밴드들은 어떤 음악을 들려줄까. 물론 시크나 라이밴드, 리카밴드, 번아웃하우스 역시 뛰어난 밴드들이다. 그러나 역시 순전히 팬심으로. 한때 신대철이 우주에서 기타를 제일 잘 치는 줄 알았다. 머리를 짧게 자른 모습은 처음 보지만 참으로 잘생겼다. 이런 사람이 어째 그동안 방송출연이 뜸했는지.
결론은 여전히 다르지 않다. 악평하고 싶다. 악소문을 퍼뜨리고 싶다. 그래서 나 혼자서만 보고 싶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너무 많이 알려 버렸다. 한 번 보기 시작한 사람은 계속 보게 되더라. 결국은 음악이 주는 힘이다. 제작진의 진정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더 아깝다. 이런 좋은 프로그램은 나 혼자 봐야 하는 것인데.
 
이제 드디어 본선. 더구나 토너먼트라고 한다. 차례로 한 팀씩 떨구는 토너먼트가 아니라 각 팀들이 일 대 일 대결을 벌이는 방식이다. 벌써부터 기대된다. 음악에 있어 대결이란 자체가 말이 안 되는 하지만 어차피 떨어져도 음악을 할 사람들이니까. 기억했다. 본선에 오른 24개 팀의 이름을. 승자도 패자도 없이 이미 그들은 승자들일 것이다.
 
다음주를 기대한다. 그 다음주를. 더 나아질 밴드를. 더 재미있어질 내용들을. 그리고 이번처럼 코치와 밴드들 사이에 적절히 유쾌한 긴장감이 조성된다면. 밴드음악에 대한 관심이 미약하다는 점이 그래서 아쉽다. 이렇게 재미있는 프로그램인데. 다행스럽다.
 
좋다. 더 말이 필요없다. 그저 경의를 보낼 뿐. 최고의 오디션 - 아니 최고의 예능 - 아니 그것도 아니다. 최고의 프로그램이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프로그램 가운데. 감탄한다. 단연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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