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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표의 폭주가 시작되다!
한국 드라마에는 가끔 신파가 필요하다!
기사입력 2011-07-01 13:34   최종편집 경남우리신문
작성자 경남우리신문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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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한국드라마라면 이런 신파가 한 번 쯤은 나와주어야 한다. 워낙에 드라마를 진지하게 보는 때문이다. 놀라고 당황하고 아파하고 후회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는 그 격한 감정 속에서 사람들은 비로소 드라마속의 인물에 자신을 이입하게 된다.
 
과연 거기에서 김나나(박민영 분)가 이윤성(이민호 분)을 대신해 총에 맞아야 하는 개연성이 있는가? 생뚱맞게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총이 김종식(최일화 분)의 하수인에게서 나오고 있다는 것도 참 공교롭다. 더구나 이윤성은 흔한 경계조차 않고 김종식의 비밀금고에서 나오다가 허무하게 마취총을 맞아 버리고, 정작 이윤성을 잡아 폭행하면서도 도망친 김나나와 배식중(김상호 분)에 대해서는 찾을 생각도 경계할 생각도 않는다. 마치 그렇게 몰아가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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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표의 악과 김종식의 악, 된장냄새 나는 한국 드라마.     ©경남우리신문편집국

하기는 단초는 있었다. 자기가 쏜 총에 맞은 시티헌터가 사실은 이윤성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김나나는 내내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왜 아니겠는가? 좋아하는 사람의 몸에 총을 쏘아 상처를 냈는데. 그런데도 이윤성은 건물에서 떨어지려는 그녀를 상처를 무릅쓰고 피까지 흘려가며 구해주었다. 그것은 두 사람이 대등한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치르고 넘어가야 할 빚이 되었다. 한 번은 이윤성을 위해 총을 맞아 줄 필요가 있다.
 
더구나 이진표(김상중 분)의 위협에 안전을 위해 이윤성은 김나나를 일부러 멀리 하려 하던 중이었다. 김나나 역시 이윤성을 불편하게 하기 싫어 스스로 물러나려던 참이었다. 아마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두 사람 다 서로에 대한 배려로 다시 보지 않게 되기 쉽다. 두 사람을 다시 붙여 놓기 위해서는 이진표의 위협마저 무릅쓸 수 있는 강한 계기가 필요하다. 간절하게 서로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인정하게 만들 계기가. 그것은 김나나의 빚을 없애는 것이고 이윤성에게 빚을 지우는 것이다.
 
상당히 작위적이지만, 원래 원작에서도 주인공 사에바 료가 여주인공 마키무라 카오리를 받아들이기까지 무려 30권에 가까운 단행본 분량을 소비하고 있었다. 아니 마지막회가 되어서야 비로소 사에바 료는 마키무라 카오리를 자신의 파트너로써 인정할 수 있게 된다. 두 사람을 흘러가는대로 내버려두다가는 서로에 대한 진심이 사랑하기에 헤어진다는 말을 사실로 만들 상황이다. 앞으로의 전개를 위해서도 두 사람이 서로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드라마적 장치일까?
 
결국 김나나는 이윤성을 대신해 총을 맞았고, 총을 맞은 김나나를 보며 이윤성은 분노했으며, 절규하는 이윤성의 품안에서 김나나는 정신을 잃는다.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신 이윤성의 가슴 속에 김나나는 더욱 크게 자리하게 되었으리라. 김나나의 강한 요구를 거부하지 못할 만큼. 약간의 굴곡은 있겠지만 이윤성과 김나나가 이어지는 결정적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결국 "XYZ"가 나오고 말았다.
"알파벳 제일 끝에서 세 개. 더 이상 갈 데가 없다는 거지"
 
원작 <시티헌터>에서 시티헌터가 의뢰를 접수하는 방법이다. 역앞 전언판에 의뢰자가 "XYZ"로 시작하는 메시지를 남기면 그것을 보고 시티헌터가 직접 의뢰인을 찾아가 의뢰를 접수한다. 원작에는 없는 내용인데 "XYZ"에 대한 해석이 매우 그럴 듯하다. 하기는 불법적인 일을 마다 않는 청부업자에게 의뢰할 정도라면 그만큼 사정이 절박하다는 뜻일 테니.
 
"XYZ"까지 나왔다는 것은 결국 이윤성과 김나나와 커플이 되어 시티헌터라는 이름으로 음지에서 사람들의 억울함을 해결하는 엔딩이 마냥 허황된 상상만은 아니라는 한 증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시티헌터 비긴즈"라고나 할까? "XYZ"의 전언이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나왔듯, 시티헌터는 어떻게 도시의 음지에서 사람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게 되었는가?
 
더불어 그를 위한 이진표의 폭주가 점입가경을 이루고 있다. 원작에서도 사에바 료가 아버지라 부르던 유니온 테오페의 총수 카이바라 신은 사에바 료의 총에 죽으며 고백하고 있었다.
 
"나의 광기를 멈출 수 있는 것은 너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믹에게 의뢰해서 사에바 료를 죽이려 했던 것이었고, 음모를 꾸며 사에바 료와 일행을 위험에 빠뜨렸던 것이었다. 사에바 료로 하여금 진심으로 자신을 죽일 마음을 갖도록 하기 위해.
 
물론 같은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진표의 폭주는 점차 도를 넘어서고 있다. 자신을 살리고 죽은 친구 박무열(박상민 분)의 아내다. 같은 5인회에 의한 피해자다. 그런데 정작 복수를 이유로 그런 이경희(김미숙 분)마저 이윤성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쓴다. 김나나는 물론 이경희가 어머니임을 알고 있는 이윤성을 위협하기 위한 인질로써 사용하려 하고 있다. 그것은 이진표가 그토록 주장하는 복수의 명분 그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다. 그러나 그는 그런 행위마저 서슴지 않는다.
 
문득 이진표가 자신의 행위를 되돌아 보았을 때 그는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연민의 대상이던 이경희마저 속이고 그녀를 억류하여 이용하려는 자기 자신을 보게 되었을 때. 유니온 테오페의 총수 카이바라 신의 길을 그도 가고 있지 않은가? 언제고 이윤성은 이진표에 대해 사에바 료와 같은 선택을 강요받지 않을까? 슬픔과 분노와 원망과 연민과 무엇보다 자신을 길러준 아버지에 대한 사랑 속에. 오이디푸스가 자기 아버지를 죽였듯이. 그는 그렇게 이제까지의 껍질을 깨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 홀로서기에 성공한다. 그의 옆에는 김나나가 있을 것이고.
 
아마 그것이 하이라이트일 것이다. 김종식도 있고, 천재만(최정우 분)도 있지만, 더구나 대통령 최응찬(천호진 분)마저 5인회의 일원으로 남아 있기는 하지만, 결국 이윤성이 마지막에 맞서 싸울 대상은 이미 광기에 사로잡힌 이진표가 아닐까. 두 사람의 대립이, 그리고 이성을 잃어가는 이진표의 모습에서 그것을 예감한다. 의외로 드라마는 원작에 충실한 드라마다.
 
과연 김영주(이준혁 분)는 아버지 김종식의 비리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게 될 것인가. 사실 미묘한 부분이다. 아무리 엄정한 법집행을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아들이 아버지를 체포하여 처벌한다는 것은 한국사회에서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그래서 현실에서도 될 수 있으면 직계존비속 - 아니 친인에 대해서는 어지간하면 사건을 맡기지 않고 있다. 어쩌면 아들 김영주 앞에서 김종식은 늦게나마 올바른 아버지의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할까?
 
나는 바담풍하지만 너는 바람풍해라. 자신은 개같이 벌었지만 자식은 정승같이 쓰라. 결코 떳떳한 삶을 살아 오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정의로운 아들 김영주가 자랑스럽다. 과거의 실수를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도 아들에게만은 그것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크게 작용한다. 김영주가 단죄하지 못한다면 아들 앞에서 김종식 자신이 단죄할 밖에. 그렇게 될까?
 
자기집 비밀금고에 현금으로만 쌓아 놓은 2천억과 법 앞에 당당하다는 그 자신감. 단지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니 자기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그 오만함. 그러면서도 자기가 저지른 행위에 대한 자각은 있다. 가장 큰 도둑은 법을 만들고 그 다음 도둑이 법을 이용한다던가? 잘못인 줄 알면서 저지르고, 잘못이라 생각하면서도 잘못이라 여기지 않는다. 흥미로운 캐릭터다. 아마 현실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렇지 않을까. 관심이 가는 이유다.
 
과연 김나나와 이윤성의 관계는 어떻게 발전되려는가. 두 사람 사이에 김종식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이윤성과 이진표 사이에 고조되는 긴장에 대해서도. 이경희가 실종되었다. 김영주가 아버지 김종식과 대립을 시작했다. 더욱 극적으로 고조된다. 다음은? 흥미를 더해간다.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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