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사업, 이제는 관행이 아니라 공정의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
기사입력 2026-08-27 13:52 최종편집 경남우리신문
작성자 박주원 한국산림사업법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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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과 편법은 마땅히 바로잡아야 한다.
다만 이번 사안을 몇몇 법인의 일탈로만 규정해 처분을 강화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구조적 원인이 무엇인지, 산림사업의 발주와 등록, 관리체계 전반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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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산림사업의 발주구조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산림사업의 높은 수의계약 비중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08년 국가청렴위원회는 산림사업에서 수의계약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부패를 유발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정부 산림사업 예산 5,952억 원 가운데 공개경쟁 계약은 14%에 불과했고, 수의계약은 86%를 차지했다.
국가청렴위원회는 수의계약의 낙찰률이 공개경쟁보다 높아 예산 낭비 우려가 있으며, 수의계약이 장기간 반복되면 특정 단체와 담당 공무원 사이의 유착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이후 국민권익위원회도 2017년 ‘산림사업 관련 투명성 제고방안’을 통해 대행·위탁사업의 기준과 범위, 절차와 방법을 명확히 하고, 특혜 요인을 없애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는가.
산림청이 서천호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산림청 산림사업의 수의계약은 64,657건으로 전체의 69.7%에 이른다.
금액 기준으로도 3조 4,783억 원, 전체의 64.4%가 수의계약으로 집행됐다.
18년 전 지적됐던 수의계약 중심 구조가 지금도 상당 부분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산림사업에는 현장 여건과 긴급성, 지역 접근성 등으로 공개경쟁 입찰이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불가피한 수의계약과 관행적인 수의계약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공개경쟁이 가능한 사업은 원칙대로 공개경쟁으로 발주하고, 수의계약이 필요한 경우에는 그 사유와 적용 기준, 계약 과정과 결과를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등록기준의 현실성도 함께 살펴야 한다.
현행 기준상 숲가꾸기·병해충방제·도시숲 분야 산림사업법인은 기술인력 7명을 확보해야 한다.
반면 유사 분야 전문건설업은 2명이다.
산림토목 분야도 산림사업법인은 5명, 전문건설업 토공사는 2명의 기술인력을 요구한다.
기술인력 확보는 사업 품질과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사업 물량이 안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높은 상시 인력기준을 요구하면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은 사업자의 경영을 위축시키고, 인력 중복 등록이나 명의 대여 같은 편법을 부추기는 역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산림청이 기술인력 등록기준의 적정성을 검토하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약 7천만 원 규모의 연구용역을 진행했다면, 이제는 연구 결과를 실제 제도개선으로 연결해야 한다.
현장 수요와 사업 규모, 유사업종과의 형평성, 품질과 안전 확보 방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산림사업의 해법은 특정 주체를 배제하거나 어느 한쪽에 사업을 몰아주는 데 있지 않다.
산림조합이든 산림사업법인이든 필요한 자격과 기술력, 수행능력을 갖췄다면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
동시에 사업의 결과와 품질, 예산 집행, 하자와 사후관리 책임은 수행주체와 관계없이 같은 기준으로 물어야 한다.
대행·위탁사업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사업 대상과 선정 절차, 사업비 산정, 정산 방식, 사후관리 책임을 명확히 하고 공개해야 한다.
사업을 맡기는 기준과 사업을 평가하는 기준이 불투명하다면, 어떤 제도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산림사업은 특정 단체나 업계의 영역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국민의 산림을 가꾸고 지키는 공공사업이다.
따라서 발주의 기준은 관행이 아니라 공정이어야 한다. 등록의 기준은 현실에 맞아야 하며, 사업 결과에는 누구에게나 같은 책임이 따라야 한다.
이번 산림사업법인 실태조사가 단순한 조사와 행정처분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오래된 수의계약 관행과 비현실적인 등록기준, 불투명한 위탁·관리체계를 함께 손질하는 제도개혁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모든 사업자에게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고, 모든 사업자에게 같은 책임을 묻는 것. 그것이 산림사업을 바로 세우는 첫걸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