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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바람에 실린 바다 내음, 하늘 가득 철새 반기네
[걷고 싶은 길] 군산 비단강길
기사입력 2010-01-29 00:02   최종편집 경남우리신문
작성자 경남시사우리신문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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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국 방방곡곡에서 걷기 좋은 길들이 우후죽순 개설되고 있다. 그중에는 지나치게 인위적이거나 유행을 좇아 급조된 길도 적지 않지만, 흙 속에 묻힌 진주처럼 새롭고 아름다운 길도 있다. 전북 군산시가 지난해 6월 선보인 구불길도 그런 길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직접 걸어보기로 작정했다.

금강대교 부근의 금강호 상공을 떼 지어 비행하는 가창오리.
금강대교 부근의 금강호 상공을 떼 지어 비행하는 가창오리.
 
구불길은 군산시가 제주도의 올레길처럼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방향 표시에 필요한 리본과 페인트 값으로 수십 만원의 예산만을 들여 만들었다고 한다. 현재까지는 비단강길, 햇빛길, 큰들길, 구슬뫼길 등의 4개 코스가 개설돼 있다. 그 가운데서도 구불길의 백미로 꼽히는 것은 제1코스인 비단강길이다.

비단강길은 말 그대로 비단강, 즉 금강(錦江) 하구의 물길과 나란히 이어지는 길이다. 군산시 내흥동의 군산역을 출발해 진포 시비공원, 진포대첩비, 금강 철새 조망대, 오성산, 나포십자들 등을 두루 거쳐서 나포면 원나포마을에 자리한 ‘즐거운 자연학교’(옛 나장초등학교)에서 끝난다. 총길이 18킬로미터의 짧지 않은 길이지만 오성산을 오르내리는 약 3킬로미터 구간 이외에는 비탈길이 거의 없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더군다나 문학, 역사, 자연 생태 등의 다양한 테마가 어우러져 있어 걷기 여행의 재미와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구불길의 출발지인 군산역은 2007년 장항선 신장항~신군산 구간이 연결되면서 새롭게 문을 열었다. 군산역에서 시작된 구불길은 정자마을의 짧은 골목을 지나자마자 금강변의 드넓은 들녘을 가로지른다. 그러다 이내 금강 하구의 물길을 옆구리에 끼고 이어지는 제방길 구간에 들어선다. 코끝 서늘한 강바람 속에서 비릿한 바다 냄새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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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역사·생태 어우러져 걷기 재미 두 배

길가의 진포 시비공원에는 국내외 시인 20여 명의 시를 새긴 시비가 늘어서 있어 잠시 걸음을 멈추게 한다. 진포 시비공원에서 금강 하굿둑까지는 지척이다. 그 사이에는 군산 출신인 <탁류>의 작가 채만식의 자취와 유품을 보여주는 채만식문학관(063-450-4467)이 있다. 하지만 걷기 여행자에게는 문학관의 전시물보다도 금강 하굿둑 아래의 갯벌에 떼지어 노니는 겨울 철새들에게 더 마음과 눈길이 끌린다. 흔치 않은 댕기물떼새 한 마리가 부산스럽게 쏘다니면서 먹이를 찾는 모습도 눈에 띈다.

장항선의 금강철교와 함께 금강 하구를 가로지른 금강 하굿둑 옆에는 진포대첩비가 우뚝하다. 고려 우왕 9년(1380) 8월에 5백 척의 배를 타고 금강 하구의 진포에 출몰한 왜구를 격퇴한 싸움이 바로 진포대첩이다. 당시 고려군의 배는 1백여 척에 불과했으나 최무선이 발명한 화포로 집중 공격을 퍼부어 왜선 5백 척을 모두 불태웠다고 한다.

진포대첩비가 서 있는 금강호 시민공원에는 정자, 나무 데크(평상), 취사장, 산책로 등이 잘 갖춰져 있어 걷기 여행자나 나들이객들의 휴식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공원 옆의 하굿둑 끝에는 참게, 뱀장어, 황복, 웅어 등이 바다와 강 사이를 오갈 때 오르내리는 어도(魚道)가 설치돼 있어서 아이들의 자연학습장으로도 유용하다. 공원과 금강호 휴게소를 잇는 지하통로를 지나면 음식점, 휴게소, 테마파크 등이 연이어 나타난다. 왕복 6차선의 대로를 따라가는 구불길의 정취도 삭막하고 어수선하다. 한시바삐 벗어나고픈 마음에 걸음을 재촉하니 금세 금강호 철새 조망대(063-450-6273) 입구에 들어선다.

금강호 철새 조망대 내에 전시된 다양한 종류의 철새 박제.
금강호 철새 조망대 내에 전시된 다양한 종류의 철새 박제.
 
군산시 성산면 성덕리에 위치한 금강호 철새 조망대는 금강 하구 일대를 한눈에 굽어보는 언덕에 자리 잡았다. 총 1백27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지난 2003년에 개관한 이 조망대는 11층 높이의 거대한 철새 조망대를 비롯해 수족관, 회전 레스토랑, 3D 입체 영상관, 식물 생태관, 부화 체험관, 동물마을, 철새 탐험관 등 다양한 시설들을 갖추고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이처럼 거대한 인공 구조물은 경계심 많은 철새들에게 눈엣가시처럼 불편한 존재가 될 수 있다.

금강호 철새 조망대 입구에서 1백 미터쯤 떨어진 성덕삼거리부터 구불길은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로 포장도로를 벗어나 논두렁길에 접어든다. 흙길인 데다가 눈까지 덮여서 길이 한결 푹신하고 편안하다. 발걸음이 가뿐해지니 마음조차 저절로 흥겹다.

성덕마을 뒤로는 오성산이 솟아 있다. 마을에서 오성산 진입로 입구까지 가는 길의 풍정이 퍽 인상적이다. 화려한 벽화가 그려진 마을 골목길을 지나고, 야트막한 고갯길도 하나 넘고, 대숲길을 빠져나온 뒤에 고니, 흰뺨검둥오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항동저수지를 돌아가야만 오성산 진입로 입구에 당도한다.

그런데 진입로 초입의 눈 쌓인 비탈길이 아예 눈썰매장으로 탈바꿈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환호성을 지르며 플라스틱 썰매로 질주하는 모습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다. 결국 구불길 걷기에 함께 나선 작은애와 아내는 다른 사람들의 썰매를 빌려 그 비탈길을 네댓 차례 오르내렸다. 해발 2백27미터의 오성산 정상에는 기상대 레이더와 오성인의 묘가 자리 잡고 있다. 오성인의 묘에는 이런 이야기가 전해온다.

신라와 연합한 당나라 소정방의 군대가 짙은 안개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다섯 노인을 만났다. 노인들에게 백제의 수도인 사비성으로 가는 길을 묻자 “너희들이 우리나라를 치러 왔는데 어찌 우리가 사비성 가는 길을 알려줄 수 있겠느냐”며 일언지하에 길 안내를 거절했다. 이에 격분한 소정방은 그 노인들의 목을 베었고 훗날 제 나라로 돌아가는 길에 그 노인들의 시신을 수습해 오성산 정상에 묻었다.


오성산 진입로 비탈길서 신나는 눈썰매도

오성산 정상은 천혜의 전망대이다. 금강 하굿둑 일대의 호수와 물길, 산자락과 들녘 등 비단강길의 전 구간 풍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특히 서쪽으로 시야가 활달해서 해넘이를 감상하기 좋고 패러글라이더 활공장으로도 제격이다. 동쪽으로는 비단강길의 마지막 구간이 지나는 금강변 제방길과 나포십자들의 전경이 마치 조감도처럼 펼쳐진다.

금강 하구 일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오성산 정상.
금강 하구 일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오성산 정상.
 
오성산 정상에서 금강 제방길이 시작되는 탐조회랑까지 2.8킬로미터 구간에서는 산중 오솔길과 마을길, 찻길 등을 두루 거친다. 서포에서 원나포 사이의 나포십자들과 나란히 이어지는 금강제방의 길이는 5킬로미터가 넘는다. 고속도로처럼 반듯하게 뻗은 이 제방은 일제시대인 1920년대에 축조됐다고 한다. 갈대만 무성했던 강기슭이 이 제방의 완공으로 총면적 5백30 헥타르(1백60여만 평)의 광활한 들녘으로 탈바꿈했다.

왼쪽으로 금강호, 오른쪽으로 나포십자들이 바라보이는 이 제방길은 비단강길의 하이라이트 구간이다. 탁 트인 풍광이 시원스러울 뿐만 아니라 금강 하구에서 겨울 철새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금강호에는 수십만 마리의 가창오리 떼가 수면을 시커멓게 뒤덮고, 십자들에는 수백수천 마리의 기러기들이 떼 지어 내려앉아 먹이를 찾는다. 하지만 며칠 전에 내린 폭설이 두껍게 쌓여 있는 데다가 금강호의 수면조차 꽁꽁 얼어붙은 바람에 가창오리 떼와 기러기 떼는 구경할 수 없었다.

제방길의 중간쯤에 위치한 탐조회랑에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철새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비단강길의 종점은 아직도 5킬로미터가량 남은 듯한데, 짧은 겨울 해는 이미 오성산 너머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초등학교 3학년인 작은애가 발목이 아파서 더는 걸을 수 없다며 주저앉고 말았다. 문자 그대로 진퇴양난이다. 고심 끝에 나머지 구간은 나중에 다시 걷기로 하고 택시를 불렀다. 그제야 조급했던 마음이 눅진해지며 긴장감이 풀렸다.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니, 환상처럼 아름다운 노을이 온 천지에 가득했다.


여행 정보


숙박 금강 하굿둑 부근의 언덕에 리버힐관광호텔(063-453-0005)이 있다. 그리고 군산시내에는 리츠프라자호텔(063-468-4681), 웨스턴호텔(063-471-0715), 홍인장모텔(063-442-8941), 테마모텔(063-468-6067) 등의 숙박업소가 많다.


강촌마을의 쌈밥정식
강촌마을의 쌈밥정식.
 맛집 금강호 철새 조망대 부근의 큰길가에 자리한 강촌마을(063-453-6803)은 우렁쌈밥이 맛있는 집으로 소문나 있어 끼니때마다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리고 금강 하굿둑에서 자동차로 약 2, 3분 거리인 계곡가든(063-453-0608)과 유성가든(063-453-6670)은 꽃게장을 잘하는 집이다.

그 밖에 에루화(오리떡갈비·063-453-4419), 옹고집장집(쌈밥·063-453-8877), 들꽃내음(한정식·063-453-8384) 등이 비단강길 주변에 있는 맛집들이다.


가는 길
승용차│서해안고속도로 군산 나들목(706번 지방도·군산시내 방면)→호덕 교차로(29번 국도·금강 하굿둑 방면)→군산역 교차로→군산역(비단강길 출발지)

대중교통│열차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서울 용산역을 출발해 영등포, 천안, 홍성, 장항, 군산, 익산 등을 거쳐서 서대전역까지 가는 무궁화호와 새마을호가 하루 16회 왕복 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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