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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刊시사우리]2005년 부산에서 개최된 이후 20년 만에 2일간(25.10.31~11.1) 천년의 고도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아세아 태평양경제협력체)은 경주가 찬란했던 신라 천년의 부활과 경제도약의 대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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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도시의 명성이 세계 방방곡곡으로 퍼져 관광 수익은 천문학적이 될 것이며 경제적 파급효과도 어마어마하다.
생산유발 효과가 9,720억 부가가치유발 효과 4,654억 취업 유발효과 7,908명이나 된다.
2002년 멕시코의 로스카보스에서 APEC이 개최될 때는 불과 인구 7만의 변방의 관광도시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0년 기준 인구가 34만 명 되는 국제적 관광도시로 변신했다. 이 만큼 APEC의 위력은 대단하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주낙영 경주시장은 경주 유치를 위해 직을 걸다시피 했다.
경주발전을 10~20년 이상 앞당길 수 있는 국제적 정상회의를 개최하기 위하여 인천·제주와 치열한 유치전을 펼친 끝에 경주 유치에 성공했다.
이렇게 어렵게 유치한 경주 APEC의 성공적인 개최와 경주가 다시 한번 신라 천 년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
일이 잘되려면 뒷골 야시(여우)라도 돌봐주어야 한다고 하듯이 이런 국제적인 행사가 성공하려면 관 주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시민의 참여와 관심이 하나가 될 때 더욱 성공적인 행사가 되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사실 일반 시민들은 경주 APEC에 대하여 얼마나 관심이 있을까?
필자는 별로 없다고 단언한다. 대부분 이 행사가 경주에서 개최되는지도 모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경주 APEC의 홍보맨을 자처하면서 나선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바로 왼발뿐인 이범식 박사다.
대구공고 전기과를 나온 이 박사는 22세 때 고압선에 감전되어 양팔과 오른쪽 다리를 잃은 중증장애인이다.
성한 곳이라고는 왼발과 발가락뿐이다.
이러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일어나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40대 후반에 대학에 들어가서 10년 만에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유 퀴즈에도 나왔고 '세상의 이런 일'에도 출연했다.
작년에는 대구·경북통합과 장애인들의 권익 신장을 위해 서울 광화문에서 경산까지 460km를 종주했다.
그 여세를 몰아 이번에는 경주 APEC 개최 성공과 동서화합을 기원하기 위하여 7월8일부터 28일까지 21일간 광주 무등산에서 APEC이 개최되는 경주 보문단지까지 폭염과 폭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장장 400km를 왼발로 걸어왔다.
아스팔트 열기를 더한 도로에 잠시라도 견디기 어려운 숨이 막히는 살인적인 찜통더위에도 성공적인 경주 APEC 개최를 염원하는 홍보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 박사의 종주에 대하여 광주지역 언론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의 보도는 경주 APEC 홍보의 최고의 수훈갑 역할을 했다.
그런데 참으로 유감스러운 것은 각 지자체의 이 박사의 홍보에 냉소적인 환대였다.
광주에서 경주까지 오는 길목에 있는 각 지자체에 들러 경주 APEC의 홍보를 했다.
일반적으로 집에 손님이 오면 버선발로 뛰어나가서 맞이하고 떠날 때는 대문 밖까지 따라가서 배웅하는 것이 우리의 예의범절이다.
따라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자치단체장들이 따뜻하게 맞이해 주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닐까?
이범식 박사보다 더 큰 손님이 어디 있을까? 표 계산을 한다면 이 박사보다 더 표를 모을 수 있고 생색내기가 있을까?
'약삭빠른 고양이가 밤눈이 어둡다'라고 또한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라고 이 박사를 홀대하고 인색한 찬바람이 나는 자치단체장들은 각성을 해야 한다.
악담하는 것이 아니지만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 난다'고 하는 아리랑 노래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양팔이 없는 그는 경주 APEC의 성공을 위해 종주 중에 소변을 차도에서 볼 수 없어 그대로 바지에 싸면서 걸어오는 등 그의 고행은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냉대할 수 없을 것이다.
찌렁내 냄새가 난다고 회피했는가?
그렇다고 해서 각 단체장이 전부 무관심했다고 질책하는 것은 아니다.
그중에서도 광주시 환영과 대구시 교육청의 환대는 이 박사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다.
강은희 교육감과 간부직원들이 전부 도열하여 성대히 환영했으며 대구의 많은 의원 중에서도 이인순 의원만 참석하여 격려하였는데 이 정도로 환영해야 손님맞이를 제대로 한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주낙영 경주시장과 경주시민들도 꽹과리를 치면서 환영하는 등 손님맞이에 소홀함이 없었다.
특히 경주시 APEC 담당관이 솔선수범하여 하양까지 이 박사를 찾아와서 향후 일정에 대해 의논한 것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주 시장이 경주시청에서 APEC 개최 장소까지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이범식 박사와 함께 마음의 손을 잡고 걸어갔으면 금상첨화인데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더 큰 꿈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나도는 주 시장이 경주시청에서 하이코까지 이 박사와 시민들과 함께 담소하면서 걸어갔으면 이보다 더 큰 홍보가 되는 것은 없었을 것이다.
주낙영 시장도 더위에 그렇게도 약한가?
참으로 화가 나는 것은 경북도에서의 행태이다.
대미를 장식하는 거보에 겨우 국장이 참석했다.
왜 그렇게도 인색한가!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고 하듯이 이범식 박사보다 경주 APEC에 대하여 더 많이 홍보한 사람이 있는지 나와 보라.
APEC 개최의 성공을 위해 이 박사에게 홍보대사를 맡아 달라고 삼고초려는 하지 못할망정 투병 중인 이철우 도지사를 대신해서 최소한 부지사 한 명이라도 참석하여 이 박사의 그간 고생에 대하여 격려하고 경북도를 대신하여 큰 홍보를 한 이 박사를 치하하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챙긴다'라고 경북도는 해도 너무한 것이 아닌가?
'동냥은 주지 않더라도 쪽박은 깨지 말라'고 하듯이 경북도의 부지사들은 발병이 낫는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라고 이런 자들이 도정을 잘 꾸리고 이철우 도지사를 잘 보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참으로 가관이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라고 더 이상 경북도를 망신시켜서는 안 된다.
왼발로 마지막 골인하는 이 박사와 함께 장엄한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하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단 말인가?
앞으로 무엇 하려고 김칫국물은 마시지 않도록 충고한다.
경북도 부지사들의 행태는 참으로 유감스럽고 옥에 티가 아닐까 싶다.
몸이 성한 사람도 하기 어려운 일을 이범식 박사가 성취한 이 큰 뜻을 경주 APEC이란 비석에 새기고 각국 정상들에게도 APEC의 성공적 개최를 염원하는 이 박사의 눈물겨운 투혼을 알려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이 또 하나의 APEC 개최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식전행사 홍보물 영상에 이범식 박사가 폭염과 폭우 속에서도 왼발로 뚜벅뚜벅 걷는 모습을 잠깐이라도 소개하여 주기를 주문한다.
이것이 기획이고 최고의 홍보가 아닐까 싶다.
종주를 무사히 마친 이범식 박사의 작은 소망은 경주 APEC 개최를 통해 경주는 천년의 미소가 아니라 만년의 미소가 영원하도록 기원하는 마음뿐이다.
이 시대의 초인(超人), 희망은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희망의 전령사, 불굴의 의지인, 왼팔이든 오른팔이든 한쪽만 있어도 장애인이 아니라고 농담하는 진짜 코미디언, 오체불만족(五體不滿足)의 거인, 입으로 하는 것보다 행동으로 실천하는 행동대장. 이범식 박사의 "꺾이지 않는 마음"을 한번 배워보자.